화투(花鬪)
화투는 우리나라 고유의 도박이 아니라 19세기쯤 일본에서 들어온 노름이다. 화투를 처음 누가 우리나라에 전한 것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일본 대마도 상인들이 장사를 위해 우리나라를 오가면서 퍼뜨린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화투는 모두 48장으로 되어 있으며, 한 달을 상징하는 카드가 4장씩 12달을 나타낸다. 화투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뒤 빠르게 퍼져 널리 유행하게 되었는데, 1월은 송학(학이 그려진 그림), 2월은 매화와 새, 3월은 일본의 국화인 벚꽃(사쿠라), 4월은 검은 싸리나무, 5월은 난초, 6월은 모란꽃, 7월은 붉은 싸리나무, 즉 등나무, 8월은 밝은 달이 떠 있는 산, 9월은 국화와 준마(힘센 말), 10월은 단풍, 11월은 오동나무, 12월은 비를 각각 상징한다. 이처럼 12달을 상징하여 한 달에 4장씩 모두 48장으로 짝을 맞추었다.
이 카드들 중 특별히 5장을 ‘오광’이라고 부른다. 오광은 송학, 사쿠라, 공산명월(밝은 달이 뜬 산), 오동나무, 비를 그린 스무 점짜리 카드 5장을 말한다. 화투 놀이는 두 사람, 세 사람, 네 사람, 또는 다섯 사람이 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카드를 나누어 가진 다음 판에 6장이나 8장을 펼쳐 놓고, 차례로 돌아가며 자기 손에 든 카드와 펼쳐진 카드 중 짝이 맞는 것을 찾아 모은다. 이렇게 해서 가장 많은 점수를 얻은 사람이 이기게 된다. 이 방식은 '민화투'라고 부른다.
이 외에도 화투에는 다양한 노는 방법이 있다. ‘600’이나 ‘800’을 목표로 점수를 모으는 놀이도 있는데, 여기에는 ‘청단’(푸른띠 카드 세 장), ‘홍단’(붉은띠 카드 세 장), ‘초단’(풀과 관련된 띠 카드 세 장), ‘7싸리’(7월 싸리 카드 세 장), 그리고 1, 2, 3(송학 스무 점짜리, 매화 열 점짜리, 사쿠라 스무 점짜리) 등을 모아서 점수를 계산하는 방식이 있다. 또 ‘산톨’이라고 해서 단풍, 모란, 나비 카드(각 열 점짜리)를 모으면 ‘장원’이라 불리며 높은 점수로 계산한다.
9월의 국화 카드(열 점짜리)와 8월의 공산명월 카드(스무 점짜리), 또는 9월의 국화 카드와 3월의 사쿠라 카드가 합쳐지면 ‘일극’이라 하여 아주 높은 점수를 얻는다. 그중에서도 비를 그린 스무 점짜리 카드는 어느 카드와도 점수를 맞출 수 있는 특별한 카드이다. 이 비 카드를 네 장 모두 모으면 ‘넷이 모두 모였다’고 하여 아주 많은 점수를 얻을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자기가 모은 점수를 모두 합쳐 먼저 600이나 800점에 도달한 사람이 승리하게 된다.
이러한 놀이 방법은 보통 두 사람이 할 때가 많지만, 세 사람이 할 때도 있고, 네 사람이 할 때는 둘씩 짝을 지어 팀을 만들어 겨루기도 한다. 화투놀이는 방법이 아주 다양하고 종류도 많아 판이 순식간에 바뀔 수 있다. 그래서 예전의 전통 카드놀이인 투전은 점차 사라지고 화투가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광복 이후 일본 사람들이 물러간 뒤, 민족 감정 등의 영향으로 화투놀이가 한동안 뜸해진 듯했으나, 여전히 명맥을 이어가며 화투는 도박을 대표하는 놀이가 되었다. 물론 화투를 하는 방식은 일제강점기 때와는 많이 달라졌지만, 화투는 이제 완전히 우리나라 도박 문화의 대표로 자리 잡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