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속 문화

중세 한국의 가옥(대농 형식)

solid-info 2025. 3. 30. 20:20

 중세의 대농이란 봉건적인 체제 아래 경제적, 경제 외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었던 지주 계층을 의미한다. 고려 시대에는 몇몇 문벌 중심의 중앙 귀족과 지방의 토호들이 대부분의 농경지를 소유했고, 조선 시대에는 사대부 및 양반들이 지주 계급을 형성했다. 그러나 조선 봉건 체제가 흔들리고 자본주의의 기운이 싹트던 주선 후기에는 사회적, 신분적 제약을 벗어난 일반 상민 계급에서도 지주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 다루는 봉건 시대의 대농은 고려부터 조선 말기까지의 지주를 의미한다.

 

 대농형식의 집은 중농이나 소농형식의 집에 비해 경제력이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의 집은 그 경제적 사정보다는 취미나 기호에 따라 지어진 경향을 보여준다. 이러한 집은 지주 계층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안정을 반영하며, 대농이 주거 공간을 설계하고 건축하는 방식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사례가 된다.

중세 한국의 가옥(대농 형식)

 

1. 뜰집

 뜰집이란 건물이 뜰을 중심으로 하여 ㅁ자형으로 배치된 집을 말하며, 중부 지역의 ㅁ자집에 비해 평면상 몇 가지 구별되는 특징이 있다. 예로 경북 안동군에 있는 신흥식씨 집을 살펴본다.

 

 이 집의 안채(원채)는 기본적으로 ㅁ자형으로, ㅁ자의 밑변을 좌우로 약간 길게 하여 전면을 삼고 있다. 큰 부엌은 ㅁ자형의 왼쪽 아래편에 위치하며, 아궁이가 부엌의 위쪽에, 쪽마루는 아래쪽에 설치되어 있다. 부엌에서 왼쪽으로 꺾인 곳에 상방이 마련되어 있고, 그 위쪽으로 안방이 이어진다. 안방의 웃목 끝에는 물건을 넣어두는 방인 골방이 따로 있으며, 큰마루는 골방 끝에서 오른쪽으로 꺾여 놓인다. 건넌방은 큰마루의 오른쪽 옆에 설치되며, 그 오른쪽 옆에는 작은 쪽마루가 만들어져 있다.

 

 건넌방에서 ㄱ자로 꺾인 곳에는 고방이 상하층으로 나뉘어 있는데, 위층은 다락으로 사용된다. 다락은 뜰 쪽에 사다리를 놓아 이용하며, 다락과 고방의 바닥은 모두 우물마루로 짜여져 있다. 고방과 이어지는 곳에는 뜰방이 놓여 있고, 그 뒤에는 작은 쪽마루가 시설된다. 뜰방과 직각을 이루는 곳에는 사랑이 3칸이 마련된다. 사랑마루는 ㅁ자형에서 오른쪽으로 삐죽 내민 부분을 사용하며, 사랑방은 왼쪽 칸반 크기로 꾸며졌다.

 

 사랑방과 큰부엌 사이에는 작은부엌이 설치되어 있으며, 사랑방 쪽에만 부뚜막이 있고, 나머지 공간은 집을 드나드는 통로로 이용된다. 이에 따라 앞쪽으로는 중대문이 설치되고, 안쪽에는 벽 없이 개방되어 있다. 안채의 앞에는 행랑채가 나란히 배치된다. 행랑채는 중앙에 한 칸 크기의 대문이 설치되어 있고, 그 왼편에는 마구와 헛간이 배열되며, 오른편에는 행랑방, 헛간 및 반칸 크기의 뒷간이 차례로 마련된다.

 

 안채의 상방 쪽 좌측 끝에는 뒤안으로 통하는 출입문이 있으며, 그 옆으로 방앗간이 설치되고, 방앗간 뒤에는 고방이 마련된다. 방앗간에는 몸채 쪽에서 출입할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져 있다. 고방의 바닥은 약간 높은 흙바닥이며, 부엌 쪽에서 출입할 수 있는 출입문이 설치되어 있다. 왼채의 오른쪽 옆에는 근래에 만든 목욕탕이 한 칸 지어졌고, 방앗간의 왼쪽 옆에는 돼지우리가 시설되어 있다.

 

원채와 행랑채의 중간에 있는 공간은 마당이라고 하며, 이곳은 약간의 작업공간을 제외하고는 정원을 가꾸었다. 행랑채로 들어가는 입구 양편에는 전나무가 심어져 있다. 이 집의 원채는 기와집이지만, 행랑채는 초가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은 형태의 안동지방 부잣집은 원채와 행랑채의 배치 및 모양이 유사하여 대부분 동일한 모양을 가지지만, 사대부 집만은 예외적으로 다르게 설계된다.

 

 

2. ㅁ자집

 ㅁ자집은 경북지방의 뜰집과 유사한 형태로, 안마당을 중심으로 방들이 ㅁ자형으로 배열되어 있고 지붕이 모두 연결된 집을 말한다. 여기서는 경기도 양주군에 있는 이건호씨 집을 살펴본다.

 

 이 집의 평면은 ㅁ자형으로, 대문간쪽 변은 외부 도로에 면해 있다. ㅁ자 안의 지붕이 없는 공간은 안마당이라고 부르며, 이는 똬리형집에서 봉당이라고 부르는 것과 다른 점이다. 안마당의 크기와 형태가 똬리형과는 크게 다르다.

 

 집의 평면 구조는 뒤편 서쪽 두 칸에 마루가 배치되어 있으며, 그 왼쪽에는 상하 두 칸 크기의 안방이 ㄱ자로 꺾여 놓여 있다. 안방 앞에는 두 칸 크기의 부엌이 배치되며, 부엌에서 다시 ㄱ자로 꺾여 동쪽으로 한 칸 크기의 광이 만들어지고, 그 오른쪽 옆에는 한 칸 크기의 외양간이 설치된다. 외양간의 오른쪽 옆에는 한 칸 크기의 대문간과 그 옆에 헛간이 놓여 있으며, 여기서 다시 ㄱ자로 꺾여 뒤쪽으로 가마부엌(사랑부엌)이 배치된다. 이들 공간은 대문과 외부벽만 만들어져 있을 뿐, 내부는 모두 개방되어 있다. 사랑부엌 뒤로는 두 칸 크기의 사랑방이 있으며, 사랑방에서 꺾여 마루와의 사이에 한 칸 크기의 건넌방이 배열된다.

 

 이 집의 방위는 마루에서 보았을 때 서남향이고, 사랑방과 안방은 동남향으로 배치되어 있다. 구조는 간단하여 3량집으로 처리되고 있다. 이러한 집 형태는 경기도 개성을 중심으로 한 해안지방에서 집중적으로 분포한다.

 

 큰마루의 전면에는 문을 일체 달지 않은 채 개방되어 있으며, 뒤쪽에는 안방 쪽에만 상부로 벽장이 설치되어 있다. 부엌 안의 벽장은 부뚜막 위에 서리되며, 부뚜막은 안방 쪽에만 설치되고, 부뚜막 앞은 불을 땔 수 있게 부엌 바닥보다 약 40cm 정도 낮다. 부엌 남쪽 칸 서쪽 벽에는 붙박이찬장이 설치된다. 안방과 부뚜막 앞에는 다른 곱은자집과 마찬가지로 쪽마루가 놓여 있으며, 부뚜막 쪽에는 부뚜막 상부에 작은 붙박이찬장이 설치된다.

 

 광은 부엌에서 ㄱ자로 꺾여 동쪽에 위치하며, 안마당 쪽으로 문이 나 있어 부엌 쪽으로 문이 나는 다른 집들과 다르다. 따라서 그 이름도 부엌광이 아니라 광이라고 부른다. 이 집에는 나뭇간은 없고, 구유는 안마당 쪽으로 길게 설치되어 있으며, 출입은 대문간 족에서 할 수 있다. 대문은 외벽에서 안으로 열릴 수 있게 나 있다.

 

 사랑부엌의 부뚜막은 사랑방 면에만 설치되어 있으며, 부뚜막 위로는 벽장이 만들어진다. 사랑방의 주출입문은 외부 바깥마당 쪽으로 나 있으며, 문 앞에는 쪽마루가 설치된다. 집 안으로의 출입은 사랑부엌 쪽으로만 하게 되었으며, 건넌방과의 사이에는 출입구가 없다. 건넌방은 마루와 사랑방 사이에 놓여 있으며, 출입구는 마루와 안마당 쪽에 설치되어 있다. 이곳에는 솥이 걸려 있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