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속 문화

한국 민속 환경 : 잠자리와 머리 두는 방향

solid-info 2025. 4. 2. 21:55

 어느 방에서 누가 자는가는 집의 규모와 가족구성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잠자리를 전체적으로 관찰하면 어느 정도의 규칙을 발견할 수 있다. 소농의 안방은 부부만이 자는 집이 1가구, 어머니와 할머니 그리고 딸이 함께 자는 집이 1가구가 있다. 큰 농가의 경우에는 부부와 아이들이 함께 자는 집이 4가구, 어머니 혼자 자는 집이 2가구이다. 근래 양식의 경우에는 부부만 자는 집이 약간 있고, 부부와 딸들이 함께 자는 집이 3가구, 어머니만 자는 집이 1가구, 할머니와 어머니, 어린아들과 딸이 함께 자는 집이 가끔 있다.

잠자리와 머리 두는 방향

 

 종합적으로는 안방에서 부부와 어린 아이들이 자는 집이 12가구로 가장 많고, 그다음은 부부만이 자는 집으로 6가구, 부부와 다 자란 딸이 자는 집이 8가구이며 다른 여러 경우들은 한두 집에 불과하다. 즉, 안방의 잠자리로서의 역할은 부부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어린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아이도 함께 재우며, 아들이 자라면 곧 다른 방에서 지내게 하지만 딸은 스무 살이 가까워질 때까지 한 방에서 지낸다.

 

 또한 할머니, 어머니, 딸들이 함께 안방을 쓰는 집이 많은 것을 보면 안방이란 주로 여자들이 머무는 곳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소농의 경우 옷방에서는 아들 부부와 손자가 자는 집이 1가구 있고, 중간 정도 규모의 농가에서는 남자가 자는 집이 1가구, 아들이 자는 집이 1가구 있다. 큰 농가에서는 아들이 자는 경우가 2집, 딸이 자는 경우가 1집, 고용인이 자는 경우가 1집 있다. 근래의 양식에서는 딸이 자는 수가 가장 많고, 아들 부부와 손자가 자는 집과 아들이 자는 경우가 각각 1집 있다.

 

 종합하면 아들 부부와 손자가 자는 집은 조금 있고, 딸이 자는 집이 대부분이며, 아들이 자는 집도 꽤 된다. 따라서 옷방이란 아들 부부의 방이라고 할 수 있으며, 아들 부부가 없을 때는 방이 많은 집에서는 딸들이 주로 지내고, 사랑방이 없는 경우에는 아들들이 옷방에서 자게 된다. 즉, 옷방이란 안방의 작아진 형태로, 안방을 보완하는 공간인 셈이다.

 

 건넌방의 경우 전체적으로 조부가 자는 경우와 딸이 자는 경우가 반반이고, 가끔 하숙생이 머무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건넌방은 할아버지가 자는 경우가 많고, 방이 많은 집에서는 딸들도 이용한다. 즉, 건넌방이란 할아버지방이지만 할아버지가 안 계신 경우에는 예비공간으로서 역할을 하므로 그 이용 형태도 다양하다(건넌방의 이용은 다소 예외적이며, 다른 마을의 경우는 거의 옷방과 비슷하다).

 

 사랑방은 소농의 경우 장성한 아들이 자는 경우가 많고, 할아버지가 자는 경우,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자는 경우, 할머니가 자는 경우 등도 조금 있으며, 창고로 쓰이기도 한다. 중간 규모 농가에서는 친척이 자는 경우가 1집, 딸이 자는 경우가 1집이고, 대농의 경우에는 고용인이 자는 집이 2가구, 할아버지가 자는 집이 1가구, 조부모가 함께 자는 경우가 1집 있다. 근래 양식에서는 아들만 자는 경우가 3집, 아버지가 자는 집이 3가구 있으며, 전혀 사랑방을 사용하지 않는 집도 있다. 이러한 통계를 보면 사랑방은 장성한 아들이 머무는 방이라고 할 수 있으며, 할아버지나 고용인, 즉 남자들이 기거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집이 좁은 경우에는 안방을 자식에게 물려준 노부부가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며, 더러는 혼자 머무는 공간으로 쓰이기도 한다.

 

 잠자리에 있어서 머리를 두는 방향은 소농의 경우 웃목 쪽으로 하는 집이 6가구, 앞문 쪽으로 하는 집이 6가구, 뒷문 쪽으로 하는 집이 4가구로서 웃목 쪽과 앞문 쪽이 대부분이다. 중간 규모 농가의 경우에는 겨울에는 웃목 쪽으로 머리를 두고, 여름에는 앞문 쪽으로 머리를 두는 경우가 1집, 앞문 쪽으로만 하는 경우가 1집 있다. 큰 농가의 경우에는 머리를 웃목 쪽으로 두는 집이 3가구, 앞문 쪽으로 두는 집이 3가구로서 역시 웃목 쪽과 앞문 쪽이 많고, 근래의 양식에서는 6집 모두 머리를 웃목 쪽으로 두고 잠자리를 한다. 전체적으로 볼 때 웃목 쪽으로 머리를 두는 경우가 매우 많으며, 계절에 따라 여름에는 시원한 바람이 드는 앞문 쪽으로 머리를 두고, 겨울에는 따뜻한 아랫목에 다리를 둘 수 있도록 방향을 바꾸는 경우도 있음을 알 수 있다.


 근래 양식에서 모두 웃목 쪽으로 머리를 두는 이유는 아랫목에서부터 방 전체가 고르게 따뜻해지는 허튼고래방식을 썼기 때문이며, 이전 양식에서는 줄고래방식을 써서 방이 세로로 따뜻해졌기 때문에 사람들이 앞문 쪽으로 머리를 두는 경우가 많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소농 양식에서만 머리를 뒷문 쪽으로 두는 집이 많은데, 이것은 방이 좁고 한 방에 많은 사람이 자야 하기 때문에 주로 드나드는 앞문 쪽에 다리를 두는 것이 밤에 소변을 보거나 움직이기에 편리하기 때문일 것이다.

 

 잠자리에 눕는 순서는 안방만 조사했는데, 웃목에 머리를 둘 때 소농의 경우 앞문 쪽으로부터 아버지, 어린이, 어머니 순으로 눕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그러나 중간 농가의 집에서는 다 큰 딸과 한 방을 쓸 경우 어머니가 가운데 눕고 딸은 뒤쪽에 눕는다. 큰 농가나 근래 양식의 집에서는 부부가 함께 눕고 아이들은 어머니 옆에 눕는 경향이 있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보면, 예전에는 부부 사이에 아이들을 재웠으나 요즘에는 아이들이 바깥쪽에서 자는 것을 알 수 있다.

 

 앞문 쪽이나 뒷문 쪽에 머리를 두고 잘 때는 아랫목에서부터 어머니, 아버지 순으로 눕거나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순으로 눕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겉으로 보기에는 몸이 약한 여자를 아랫목에 눕히려는 생각 때문이라기보다는, 남자보다 여자가 훨씬 더 힘든 일을 많이 하는 농촌 현실에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어촌이나 품을 팔아 일하는 노동자의 경우 남자들이 아랫목에 눕는 것이 일반적인 것과 비교해 볼 때, 힘든 일을 많이 하는 사람이 휴식을 위해 아랫목에 눕는다는 생각이 더욱 타당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