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속 어류 양식
① 잉어 양식
잉어[Cyprinus Carpio L.]는 오래전부터 인류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어 온 물고기로, 양식의 역사도 길다. 독일, 오스트리아 등지에서 양식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동양에서는 중국을 비롯해 일본, 인도네시아, 태국, 미얀마, 인도 등 주로 열대 지역에서 양식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는 기원전 500년경에 도주공(陶朱公)이 『양어경(養魚經)』이라는 책을 저술하여 잉어의 양식법을 논했으며, 이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양어 관련 서적이라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세기 초에 잉어를 기른 기록이 남아 있다. 이 기록을 통해 성 안에 못을 파고 잉어를 기른 사실을 알 수 있으며, 기르는 목적과 방법은 정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우리나라에서 물고기를 기른 첫 번째 기록으로 간주된다.
또한 『태종실록』 권 17 9년 3월 (乙丑)의 기록에는 우희열(禹希烈)이라는 인물이 상서(上書)에서 적지 선정과 제언축조(堤堰築造) 등을 통해 관개시설을 마련하고, 그 물에서 양어를 하면 두 가지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을 제시했다. 이에 태종은 그의 의견을 받아들여 실행했으며, 이때 양어를 위해 사용된 어종은 잉어과의 물고기였을 것이다.
ㄱ. 품종과 습성
잉어는 전 세계에서 단일 종으로, 인공 양식이 가능하고, 양식이 완전한 온수성 물고기의 대표적인 종류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양식되면서 많은 변종이 생겼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독일잉어로, 가죽잉어와 거울잉어가 있다. 이러한 품종들은 재래종 잉어와는 여러 면에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재래종 잉어는 가늘고 긴 체형을 가지고 있지만, 독일잉어는 둥근 형태를 띠고, 큰 비늘이 적게 분포해 있다. 또한 독일잉어는 재래종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고 찬물에서도 잘 자라며 견디는 힘이 강하다. 그 외에도 금잉어와 비단잉어 같은 유색 품종도 있다.
잉어는 전 세계의 담수 지역에서 볼 수 있으며, 대체로 온난한 지역의 호수나 작은 물웅덩이에서 살아간다. 맑은 물보다는 탁한 물을 선호하며, 먹이는 동식물 혼합물로, 부패에 가까운 것까지 섭취한다. 어릴 때는 동물성 먹이를 주로 섭취하며, 성장하면 식물성 먹이를 선호한다. 보통 15℃ 이상의 수온에서 4~5월경에 산란을 한다. 입에는 이가 없으나, 목구멍에는 인두치가 있어 단단한 것도 잘 깨물 수 있다. 송어는 2년, 우는 3년 만에 성숙하며, 평균 수명은 20년이다. 그러나 200년을 넘는 잉어도 있으며, 크기도 1.5㎡ 이상 자랄 수 있다.
ㄴ. 양성법
잉어 양식 방법은 지중양식(池中養鯉), 도전양식(稻田養鯉), 유지양식(溜池養鯉) 등 집약적인 방법과 하천, 호수, 인공 호수를 활용한 조방적인 방법으로 나눌 수 있다. 또한 양식 목적에 따라 종묘어 양성, 식용어 양성, 관상어 양성 등으로 분류된다. 이 글에서는 식용어 양식에 대해서만 다룬다.
지중양식을 위해서는 따뜻한 물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이 필요하며, 경사가 조금 있어 배수도 용이해야 한다. 또한 남쪽으로 열린 지역이 좋고, 교통이 편리한 곳이어야 한다. 사육 목적에 따라 못의 구조나 크기, 수심이 달라지며, 완전 양식을 위해서는 성어지, 산란지, 부화지, 치어지, 양성지, 월동지 등 다양한 구역이 필요하다.
좋은 잉어 종묘를 얻기 위해서는 어미를 잘 선택해야 한다. 우는 10년 이상, 송은 4~5년 생이 가장 좋다. 산란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전년 가을부터 식물성 먹이를 많이 주고, 동물성 먹이는 20% 정도만 제공한다. 산란 준비가 끝나면 따뜻하고 신선한 물을 공급하고, 5m²당 송어 5~9마리의 비율로 산란지에 넣으면 이른 아침에 산란한다.
암수 구별은 산란기에, 암컷은 배가 부풀고 촉감이 부드러우며, 수컷은 훌쭉하고 껄끄러워 눌러도 백색의 정액을 쉽게 방출하므로 쉽게 구별할 수 있다. 알은 반드시 어소에 부착시켜 받아야 하므로, 암수 배합과 함께 어소를 많이 넣어줘야 한다. 어소는 버들뿌리, 종려피, 합성섬유사 등을 사용하며, 사전에 충분히 삶아 악즙을 빼놓아야 한다.
성어의 잉란수는 3~4년생이 약 20만 개, 8년생 이상은 70만 개 이상을 산란한다. 산란이 끝난 후, 알이 붙은 어소는 부화지로 옮긴다. 부화는 수온 20℃ 전후에서 약 5일이 소요되며, 부화 후 2~3일 간은 먹이를 먹지 않고 어소에 숨어 있으나, 4일째부터 먹이를 찾는다. 초기 먹이로는 번데기 가루나 삶은 달걀 노른자를 사용한다.
부화 후 2주가 지나면 치어지로 옮기며, 이때부터는 물벼룩을 주로 먹인다. 부족한 먹이는 번데기 가루, 어분, 쌀겨 등을 제공한다. 부화 후 30~40일이 지나면 3cm 정도로 자라며, 이후부터는 가루형 먹이를 점차 알맹이가 큰 것으로 바꿔준다. 연령별 먹이 투입량은 체중에 따라 다르며, 1일 먹이는 보통 2~3회로 나누어준다. 먹고 남은 먹이는 즉시 제거해야 한다. 식욕은 수온 차이에 따라 달라진다.
② 뱀장어 양식
뱀장어 양식은 1879년경부터 시작되어 온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업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40년대 초, 일본인에 의해 시도되었으나 2차 세계 대전으로 여건이 악화되어 중단되었고, 이후 이 사업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없었다. 1960년대 초, 경남 사천에서 처음 시작되었으며, 현재는 1679년 말 기준으로 75개의 경영체와 40헥타르 규모로 260여 톤의 생산량을 기록하고 있다.
뱀장어 양식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종묘 양성업과 성만 양성업으로 구분된다. 우리나라에서는 기후 특성상 종묘 양성업이 주를 이루며, 생산된 모든 뱀장어는 해외로 수출된다.
ㄱ. 종류와 습성
뱀장어의 종류는 전 세계적으로 16종 3아종(亞種)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는 한강 이남에 뱀장어(학명: Anguilla japonica)와 무태장어(학명: Anguilla marmorata)의 2종이 살고 있다. 고급식품으로 여겨지는 뱀장어는 한강 이남의 서해안, 포항 이남의 동해안, 남해안의 육수에서 서식한다. 반면 비식용인 무태장어는 동남아 일대의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 주로 서식한다. 우리나라에는 제주도를 포함해 때때로 한반도 육지에서도 발견된다. 이 뱀장어는 2m가 넘는 대형 장어로 제주도의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어 있다. 한강 이북 지역에는 다른 종류의 뱀장어가 살고 있지만,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뱀장어의 생태에 관한 연구는 덴마크의 슈미트 박사가 1903년부터 1922년까지 18년간 연구를 통해 큰 성과를 이뤘다. 슈미트 박사를 비롯한 여러 학자들은 구미산 뱀장어와 인도양 및 남태평양산 뱀장어의 산란지를 밝혔으나, 한국산 뱀장어의 산란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슈미트 박사는 북위 30도 이남의 육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산란할 것이라고 추측했으며, 남중국해가 그 가능성 있는 지역으로 보고 있다.
구미산 뱀장어의 생태는 다음과 같다. 성냥개비 크기의 실뱀장어가 바다에서 하천을 따라 육수로 올라와 7~12년 동안 자라 성숙한 후, 산란을 위해 다시 바다로 돌아간다. 하구에서 짝을 이룬 후, 버뮤다 섬 근처의 심해(3,000m 이상 깊은 바다)로 이동하여 산란을 한다. 산란 후, 어미는 모두 죽는다. 알은 중층에서 떠다니다가 부화하여, 무색투명한 버들잎 모양의 치어(稚魚)인 렙토세팔루스(Leptocephalus)로 변해 어미가 살던 지역으로 이동한다. 구미산 뱀장어는 산란에서부터 하천으로 돌아올 때까지 3년이 걸리며, 한국산 뱀장어는 약 1년이 걸린다.
렉토세팔루스는 하천으로 돌아갈 때 체형이 납작했던 것이 길고 원통형으로 변하며 실뱀장어(길이 55~60mm)로 성장한다. 이때부터 하천을 거슬러 올라가며, 이는 갑상선호르몬의 영향으로 체내 삼투압이 증가하면서 이루어진다. 소하(遡河) 시기는 10월부터 다음 해 5월까지이며, 가장 활발한 시기는 3~4월이다.
실뱀장어는 성전환이 가능하고, 소하 후 1주일 정도 지나면 검은 체색을 띠게 되며 이를 ‘흑자’라고 부른다. 성숙하는 연령은 우이는 4~5년, 송이는 3~4년이다. 뱀장어의 수명은 우이가 4~12년, 송이는 3~11년이다.
ㄴ. 양성법
1. 종묘 양성업
종묘 양성이란 강으로 올라오는 실뱀장어를 잡아 양어지에 넣고, 붓 크기로 자랄 때까지 인공 먹이에 길들여 성만업자에게 파는 사업을 의미한다. 종묘 양성 사업에는 원지(元池)와 분양지(分池)가 필요하다. 원지는 하구에서 잡은 실뱀장어를 넣고 인공 먹이에 길들이는 곳으로, 보통 30~50평 정도의 넓이를 가지며 사업 규모에 따라 1~3개 정도 필요하다. 분양지는 원지에서 길러진 실뱀장어가 자라면 격차가 생겨서 다른 못에 나누어 기르는 곳으로, 넓이는 원지의 20배 정도 필요하다.
뱀장어는 잠입성이 있어 도망을 잘 가기 때문에, 주배수문을 잘 만들어야 하며, 못의 벽은 콘크리트로 하고 상단에는 반판을 달아 잠입을 막아야 한다. 또한, 모래와 뻘을 섞어 바닥에 10~15cm 두텁게 깔아야 한다. 먹이 주는 장소는 원지의 한쪽 끝에 위치시키며, 전등을 사용해 밤에 모이도록 유도하고, 먹이를 주는 양은 전체 체중의 10~15% 정도가 적당하다.
먹이를 주는 것이 중요하며, 실지렁이, 굴, 바지락 등 패육을 섞어 주고, 이후 어육으로 점차 바꿔나간다. 1.5개월 정도 지나면 몸 크기의 차이가 심해져 분양이 필요하며, 1번자, 2번자, 3번자 등으로 나누어 기른다. 실뱀장어는 4g 이상만 자라면 중묘로 판매할 수 있으며, 소하 성기의 실뱀장어가 가장 좋은 성장률을 보인다.
2. 성만 양성업
성만 양성은 인공 먹이로 길들여 4g 이상으로 자란 종묘나 천연산 종묘를 구입하여 식용 크기로 걸러내는 사업을 의미한다. 성만 양성은 작은 못에서도 할 수 있으나, 500평 이상 1,500평 미만의 중형지에서 양성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못의 수심은 1~1.5m로 하고, 벽은 콘크리트나 석축으로 만든다. 수면 높이는 40~50cm 정도로 만들어 도망을 방지하고, 지저는 흙바닥 그대로 두는 것이 좋다.
먹이는 선도가 좋고 값싼 선어(鮮魚)를 사용하며, 정어리, 고등어, 꽁치 등을 주로 사용한다. 급이량은 물고기 체중의 10% 정도를 기준으로 하되, 먹는 양에 맞춰 조절한다. 상품으로 알맞은 크기의 뱀장어가 많이 눈에 띄면 수시로 잡아 팔며, 한국인과 구미인들은 200g 이상의 대어를 선호하고, 일본인은 100g에서 150g 사이의 소어를 선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