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미역 양식
미역 [Undaria pinnatifida(Harvey) Suringar]은 김, 다시마와 함께 예로부터 우리 민족이 즐겨 먹어 온 해조류로서, 옛 문헌에는 ‘관’, ‘감관(단맛이 나는 관)’, ‘해대(바다 띠)’ 등으로 적혀 있다.
미역은 한국과 일본에만 나는 특산물로, 제주도를 비롯해 우리나라 전 해안의 암초 지역에 분포한다(단, 서해안은 황해도 이남 지역에 한정된다). 1958년경부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투석식(돌을 이용한) 양식이 활발히 이루어지다가, 1967년경부터는 인공적으로 포자를 붙이는 방식의 탱크 내 육묘(어린 미역을 기르는 일)가 기업화되면서, 미역의 수하식 양식(줄에 매달아 바다에 띄우는 방식)이 크게 확산되기 시작하였다.
ㄱ. 종류와 생태
미역은 갈조류에 속하는 해조류로, 한 종(단일종)만 있으며, 남방형과 북방형의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남방형은 잎이 많이 갈라지지 않고, 뿌리와 잎 사이의 줄기가 짧아 약 5~10cm 정도이며, 성숙한 잎(씨가 생기는 잎으로 ‘미역귀’나 ‘포자엽’이라고도 한다)은 잎 부분에 가깝게 붙어 있다. 북방형은 잎이 많이 갈라지고, 뿌리와 잎 사이의 줄기가 길며, 성숙한 잎은 잎 부분에서 떨어져 뿌리 쪽 가까이에 붙어 있다.
미역은 썰물이 빠졌을 때도 잠겨 있는 바닷속 깊은 곳에서 자라며, 일반적으로 북쪽으로 갈수록 얕은 곳에, 남쪽으로 갈수록 더 깊은 곳까지 서식한다. 겨울부터 봄까지 활발히 자라는 1년생 해조로, 초여름에 성숙하여 포자를 방출하고, 여름철에는 뿌리까지 녹아 사라진다.
포자는 성숙한 잎(포자엽)에서 나오며, 방출된 직후에는 긴 털과 짧은 털 두 개를 가지고 활발하게 헤엄쳐 다니는데, 이를 ‘유주자’라고 한다. 유주자는 다른 물체에 붙어 자라면서 점점 발육하게 되며, 수컷과 암컷 형태로 나뉘는 시기를 ‘배우자체기’라 한다. 이 시기의 발육이 계속되는 중 수온이 25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여름잠(성장이 멈추는 시기)에 들어가고, 가을이 되어 수온이 다시 내려가면 발육이 다시 시작된다.
그리하여 수컷 배우자체에서는 정자가, 암컷 배우자체에서는 알이 만들어지고, 이들이 수정하면 수정체가 다른 곳에 붙어 싹을 틔우면서 미역으로 자라게 된다.
ㄴ. 채묘와 양식
채묘 방법으로는 자연 상태에서 스스로 번식하게 하는 천연 채묘법, 포자엽(씨가 들어 있는 미역귀)을 채묘기에 끼우거나 매달아 두는 방법, 탱크 안에서 채묘하는 방법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여기에서는 탱크 내 채묘법을 대표로 하여 설명하겠다. 준비물은 수조, 미역귀(성숙한 잎), 종사(씨를 붙일 줄), 종사틀, 쪽대, 현미경, 수온계, 비중계 등이다.
수조는 콘크리트, 나무, 유리, 드럼통 등 어떤 재질이든 관계없다. 다만 많은 양의 종묘(어린 미역)를 붙이려면 넓은 수조가 필요하다. 기업적으로 할 경우에는 가로 4m, 세로 2m, 깊이 1m 정도 되는 콘크리트 수조가 알맞은데, 종묘의 배양량에 따라 여러 개가 필요하다. 부대시설로는 채묘에서 배양되는 동안 직사광선을 전혀 받지 않되 가능한 한 밝은 환경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하며, 여름철 수온이 올라가는 시기에는 탱크 속 물의 온도가 상승하지 않도록 창문이 많은 지붕이 필요하고, 내부에는 직사광선을 가릴 수 있는 커튼 장치를 갖추어야 한다.
미역귀(성숙한 잎)는 포자(씨 역할을 하는 유주자)를 방출시키기 위한 것으로 살아 있는 미역에서 직접 따야 하며, 흙이나 더러운 것이 묻지 않게 하고 햇빛을 바로 받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물기가 심하게 남아 있지 않을 정도로 그늘에서 말린 것을 사용한다. 그 이유는 음건(그늘 말림)을 하면 아직 성숙하지 않은 포자가 완전히 성숙해지기 때문이다.
종사(種사)는 미역의 포자(유주자)를 붙이는 줄로서, 야자수 섬유나 화학섬유를 많이 사용하는데, 주로 크레모나사 18합사에서 25합사 정도를 쓴다. 이 줄들을 감을 틀은 나무로 만들거나 염화비닐 재질의 얇은 파이프를 사용한다. 다만 물속에서 오래 견디면서 나쁜 성분이 나오지 않아야 하고, 틀의 크기는 50×50cm 또는 30×70cm 정도가 흔히 쓰인다. 종사는 줄 굵기 정도의 간격을 두고 종사틀에 감는다.
쪽대는 채묘할 때 미역귀를 건져낼 때 등 작업에 쓰이며, 현미경은 유주자의 방출 상태나 활력을 확인하는 데 쓰인다. 수온계와 비중계는 물의 조건을 확인하는 데 사용된다. 준비가 완료되면 깨끗하게 거른 바닷물을 수조 안에 채우고, 7시간 정도 그늘에서 말린 미역귀를 다른 물체와 닿아 점액이 묻어 나오는 일이 없도록 조심하여 물속에 넣는다. 미역귀는 종사 1개당 1장 정도면 충분하지만, 여유 있게 좀 더 많이 넣는 것이 좋다. 물속에 넣은 미역귀를 막대기로 약 20분간 저으면 수조 속 물이 연한 황갈색으로 변하는데, 이때 미역귀를 건져내고 종사를 감은 틀을 넣는다. 이 틀은 물에 떠오르지 않도록 해서 40분 정도 잠기게 두어야 한다. 이는 유주자가 방출된 뒤 1시간 이상 지나면 잘 붙지 않고, 미역귀에서 나오는 점액이 이미 붙은 포자 위를 덮어버리기 때문이다. 오래 두지 않도록 주의한다. 채묘가 되었는지 확인한 뒤에는 조심스럽게 틀을 들어올려 깨끗한 바닷물을 채운 다른 수조로 옮긴다.
그 후 수온이 23도까지 도달할 때까지 매일 또는 하루 걸러 한 번씩 물 양의 3분의 1 정도를 갈아주고, 틀의 위아래를 바꾸어 싹이 골고루 트이게 한다. 수온이 23도를 넘으면 햇빛을 모두 가려야 하며 밝기는 300~500lux 정도로 낮춰야 한다. 물은 한 달에 한 번 전부 갈아주어 여름잠(성장이 멈추는 시기)에 들어가게 한다. 이때 유지해야 할 밝기는 수온이 18도 이하일 때는 5,000~6,000lux, 19~20도일 경우 완전히 여름잠에 들어가게 되며, 한여름에도 그 이상의 밝기가 되지 않도록 하고 통풍이 잘 되게 한다.
가을이 되어 기온이 내려가면 수온도 내려가는데, 25도 이하로 떨어지면 서서히 밝기를 높여 준다. 수온이 24도일 때는 1,000lux, 23도일 때는 2,000~3,000lux, 20도 이하일 때는 5,000~7,000lux로 해준다.
미역이 싹이 터서 작은 점으로 보이면 바다 위에 뜸을 단 줄에 종사틀을 옮겨 걸어 가이식(중간 옮겨심기)을 해 준다. 가이식은 수조에서 너무 자란 상태로 양식장에 옮기면 죽는 일이 많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가이식 후 자란 것은 싹이 크더라도 문제없이 계속 자란다.
가이식된 미역이 자라면 종사를 틀에서 풀어내고 싹이 잘 트지 않은 부분은 잘라낸 뒤, 굵은 짚줄이나 화학섬유 로프에 10~15cm 간격으로 감아 하나의 줄을 100~150m 정도 길이로 만들어 양쪽 끝에는 닻을 달고, 3~5m 간격으로 뜸을 달아 바닷물 아래 50cm~1m 깊이에 매단다. 때때로 종사를 3~5cm 길이로 잘라 10~15cm 간격으로 어미줄의 틈새에 끼워 양식하기도 한다. 굵은 줄을 어미줄로 쓰는 것은 미역이 뿌리를 잘 감고 자라게 하기 위함이다.
본격적으로 양식을 시작하고 1개월쯤 지나면 미역을 수확할 수 있는데, 김을 양식할 때처럼 큰 것부터 솎아가며 채취한다.
이 밖에도 투석식 양식법이 있는데, 이 방법은 자연 미역밭이 있는 곳에 돌을 추가로 던져 넣어 미역이 더 넓은 곳에서 자랄 수 있도록 미역밭을 확장시키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