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장
① 염장의 의의
염장이란 음식을 소금에 절이는 것을 말하며, 인류의 조상들이 오래전부터 사용해 온 식품 저장 방법 중 하나이다.
최근에는 냉동, 냉장, 통조림 등과 같은 더 발전된 저장 방법이 널리 보급되고 발전함에 따라 염장 식품의 생산량이 점차 줄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현실에서는 여전히 제주에서 만들어지는 가공품 가운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만든 어류 염장 식품(특히 고등어)은 일제강점기 말 무렵 중국 대륙과 만주·몽골의 깊숙한 지역까지 널리 퍼지며 매우 큰 인기를 끌었던 수출 품목이었다. 그 이유는 가난한 사람들이 동물에서 나오는 단백질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고, 귀하고 비싼 소금을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되었기 때문이다.
소금은 다른 식품 방부제들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부패를 막는 효과는 물론, 위생적인 안정성, 제품의 맛을 좋게 해주는 점, 사용이 간편하다는 점, 값이 싸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소금의 부패 방지 작용은 소금물의 높은 삼투압으로 인해 세균의 세포에서 물이 빠져나가게 되면서 시작되며, 이로 인해 세균이 제대로 자라지 못하고, 특히 이 과정이 빠르게 일어날 경우 세균은 세포 속 물질이 분리되면서 죽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소금물의 농도가 높아지면 물속에 산소가 녹아드는 양이 줄어들어, 산소를 필요로 하는 세균의 성장에 나쁜 영향을 주게 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② 염장방법
염장방법에는 마른간법(소금을 뿌리는 방법)과 물간법(소금물에 담그는 방법), 그리고 특수한 염장방법이 있는데, 일반적으로 널리 쓰이는 방법은 마른간법과 물간법이다.
마른간법은 주로 기름기가 적은 대구나 조기를 절일 때 쓰는 방법으로, 생선 몸에 직접 소금을 뿌리는 방식이다. 생선 표면에 묻은 소금은 세포 속으로 스며들고, 세포 안의 물은 밖으로 빠져나가는 탈수작용이 일어나며, 생선 표면의 수분이나 빠져나온 수분이 소금물에 둘러싸이게 되어 부패를 막는다. 이 방법에서는 소금을 골고루 문질러 뿌려야 하며 생선층 사이사이에 사이소금도 뿌려야 한다. 이 방법의 장점은 특별한 기계 없이 간단히 할 수 있고 소금이 빨리 스며들어 탈수량이 많고 초기 부패가 적으며, 염장이 잘못되어도 일부분만 상하게 된다는 점이다. 단점은 소금이 고르게 스며들기 어렵고 탈수가 심해 제품 겉모양이 좋지 않고 수율도 낮으며, 절이는 동안 공기와 닿기 때문에 기름 성분이 상하기 쉬운 점이다.
물간법은 적당한 농도의 소금물에 생선을 담가 두는 방법이다. 이 방법에서는 탈수가 진행되면 생선 주위에 엷은 소금물 층이 생겨 소금 스며듦과 탈수를 방해하므로 자주 소금물을 저어서 그 층을 없애야 한다. 장점은 소금이 고르게 스며들어 제품 품질이 고르고, 공기와 닿지 않아서 기름 성분의 변질이 적으며, 탈수가 심하게 일어나지 않아 모양·맛·수율이 좋고, 짠맛을 조절할 수 있는 점이다. 단점은 설비가 필요하고 소금을 많이 쓰며 소금물을 자주 저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는 점이다.
이 밖에 개량 마른간법 · 개량 물간법 등이 있고, 특수한 염장방법으로는 압력을 이용한 염장법, 소금물을 주사하는 방법, 눌러 절이는 방법 등이 있다.
③ 염장품의 종류
ㄱ. 간고등어와 전갱이
우리나라에서는 고등어와 전갱이를 절일 때 배를 가르는 방법을 주로 써 왔으나, 최근에는 미국식인 등을 가르는 방법이 품질 유지에 좋다고 하여 모두 이 방법을 쓰고 있다. 그 이유는 등을 가르는 방식은 등과 꼬리 쪽의 두터운 살을 갈라 소금이 잘 스며들게 하여 품질이 좋아지기 때문이고, 배를 가르는 방식은 등이나 항문 뒤쪽의 깊은 근육까지 고르게 소금을 스며들게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배를 가를 때는 칼끝으로 가슴을 찔러 항문보다 약간 뒤쪽까지 배를 째고, 아가미와 내장을 제거한 뒤 등뼈 가까운 살에 안쪽으로 칼집을 넣고 소금을 손끝으로 밀어 넣어 깊숙이 스며들게 한다. 특별한 수출용 염장품은 전 세계적으로 미국식 등 가르기 방식으로 만들며, 날카로운 칼로 정확하고 깔끔하게 갈라야 하고, 부드럽고 질 좋은 소금을 넉넉히 넣어야 한다.
ㄴ. 간조기
조기를 절인 굴비는 우리나라의 전통 있고 유명한 수산물이다. 조기는 비늘, 아가미, 내장 등을 제거하지 않고 생선 그대로의 상태에 원래 무게의 17~25% 정도의 소금을 골고루 뿌려 콘크리트로 된 통이나 알맞은 용기에 넣고 4~7일간 절인 뒤 말려서 만든다. 건조할 때는 절인 조기를 20마리씩 짚으로 엮어 ‘두름’을 만들어 건조틀에 걸어 햇볕에 말린다.
ㄷ. 대구염장
우리나라에서는 대구를 주로 말려서 쓰지만,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염장을 많이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알대구’와 ‘약대구’처럼 염장 제품이 있다. ‘알대구’와 ‘약대구’는 알이 찬 대구의 아가미와 내장을 위에서 제거하고, 2~3마리에서 나온 알을 합쳐 소금 20~30%와 섞어 대구 뱃속에 넣고 절이며 말리는 방식인데, 그 맛이 뛰어나다. 미국식 대구 염장법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최종 제품의 품질은 원재료인 생선의 신선도에 크게 좌우되므로 생선을 다룰 때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대구에 상처가 나면 피가 나와 제품에 붉은 반점이 남기 때문에 갈고리를 써서는 안 된다. 운반할 때도 던지지 말고 머리를 잡고 옮기거나 운반 기계를 사용해야 한다. 또 처리 직전까지 살아 있어야 하므로, 어장에서 제조 장소까지 시간이 걸릴 경우에는 배 위에서 손질한 후 얼음에 넣어 운반해야 한다. 처리 방법은 항문까지 뱃속을 갈라 아가미, 내장, 검은 막 등을 완전히 제거한 뒤, 척추 왼편을 따라 깊은 살을 갈라 깨끗한 바닷물에 씻고 질 좋은 소금으로 절이는 것이다.
ㄹ. 오징어염장
오징어는 주로 강원도 연안에서 잡히는데, 비가 오거나 건조가 어려운 날씨일 때 절이는 방식으로 처리한다. 처리 방법은 간단해서 배를 갈라 내장과 눈을 제거하고 깨끗이 씻은 뒤 소금에 절이면 된다. 일반적으로 오징어 젓갈이라고 부른다.
ㅁ. 청어염장 · 꽁치염장 · 기타
우리나라에서는 청어를 절이는 일이 거의 없지만, 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오래전부터 많이 생산되어 왔으며, 특히 스코틀랜드의 ‘스코치 큐어’, 네덜란드의 ‘더치 큐어’, 미국과 캐나다에서 만드는 ‘라운드 헤링’과 ‘거티드 헤링’ 등의 제품이 유명하다.
꽁치 염장품은 우리나라에서도 만들며, 머리에서 꼬리까지 등을 가르고 내장을 제거한 후 맑은 물로 씻어 건조대 위에 놓아 물기를 뺀 뒤, 다시 찬물에 40~50분 정도 담가 피를 뺀다. 피가 다 빠지면 소금물(소금 1:물 3 비율)에 절인다.
이 외에도 우리나라에서 많이 만드는 염장품으로는 복어, 갈치, 민어, 전어 등이 있으며, 절이는 방법은 비슷하다. 또 최근에는 염장미역도 많이 만들어 수출하고 있으며,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는 염장멸치를 식용으로 널리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