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속 문화

한국의 민속 덫 사냥

solid-info 2025. 4. 10. 19:19

한국의 민속 덫 사냥

 

 창을 들고 짐승을 직접 쫓아가 맞붙는 창사냥과 달리, 덫사냥은 짐승과 직접 부딪히지 않고 꾀를 내어 잡는 간접적인 방식의 사냥이다. 그래서 덫은 사람이 먹이를 찾아 계속 돌아다녀야 했던 채집과 사냥 중심의 생활에서 벗어나, 농사를 알게 되어 점점 한곳에 머물러 살게 되면서 더 널리 쓰이게 되었다.

 

 덫의 종류는 매우 다양하다. 이는 사냥하려는 동물, 지역의 특성, 계절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창사냥은 창을 잘 다루는 숙련된 사람만이 할 수 있지만, 덫사냥은 손재주와 짐승의 습성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만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가능하다. 이는 덫이 비교적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덫은 만든 사람의 성격이나 아이디어가 잘 드러나는 사냥 도구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덫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짐승의 목이나 발을 감아 잡는 ‘코’, 나무나 구조물을 짜서 짐승을 눌러 잡는 ‘덮개’, 쇠붙이로 간단한 장치를 만들어 몰래 숨겨놓고 짐승이 지나갈 때 발목을 걸어 잡도록 만든 ‘쇠장치류’가 있다.

 

 다음에 설명할 올무, 물코, 지게코, 하늘코, 함정코, 낚시코 등은 ‘코’ 종류에, 통방이, 벼락들, 가루택이, 투대, 낭투, 엎덮이, 매덮이, 광지덮 등은 ‘덮개’ 종류에, 찰코, 창애 등은 ‘쇠장치류’에 들어간다.

 

 이제 이들 각각에 대한 설명을 덧붙여 보겠다.

 

 

① 올무

 이것은 지역에 따라 올무(경기), 올맹이(충남), 목매(전남), 치(전남), 옥내(강원도), 올코(평안북도), 올모, 올미, 옥루, 옥로, 홀롱개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린다. 덫 중에서도 가장 원시적이고 단순한 방식의 사냥 도구다.

 

 ‘올무’란 고리를 뜻하는 말이다. 칡이나 삼끈, 철사 등으로 적당한 크기의 고리를 만들어 짐승이 자주 다니는 길가에 놓으면, 짐승의 목이나 다리가 그 고리에 걸리는 아주 단순한 구조다. 이 올무로는 겨울에 토끼를 비롯해 멧돼지나 노루를 잡을 수 있으며, 지역에 따라서는 참새나 오리를 잡는 데에도 쓴다.

 

 이 올무는 잡으려는 동물에 따라 여러 방식으로 달라진다. 여기서는 대표적인 6가지를 설명한다.

 

 첫째, 참새를 잡는 올무로 평안도에서 많이 사용하는 방식이다(이 글에서는 ‘참새치코’라고 부른다). Y자 모양으로 갈라진 나뭇가지에 위에서 아래로 약 7cm 간격으로 실을 나란히 묶고, 말총을 두 겹으로 꼬아 만든 고리를 촘촘히 달아 참새가 자주 앉는 나뭇가지에 매달아 두면 참새가 걸려든다.


 둘째는 ‘꿩치’라 부르는 것으로, 역시 평안도에서 많이 사용한다. 꿩은 산비탈에 있는 콩밭에 자주 모여드는데, 자기 다니던 길만 다니고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할 때는 기어가듯 움직이는 습성이 있다. 그래서 콩밭 주변에 나뭇가지로 낮은 울타리를 치고, 몇 군데 구멍을 내 그 바깥쪽에 철사로 만든 올무를 설치해둔다. 꿩은 콩밭에는 날아들지만 나갈 때는 반드시 구멍으로 빠져나가려 하다가 올무에 걸리게 된다.


 셋째는 토끼를 잡는 올무다. 토끼가 자주 지나다니는 길 양쪽에 말뚝을 박고, 그 위에 지름 15cm 정도 되는 철고리 여러 개를 달아놓은 나무토막을 얹어둔다(고리와 땅 사이 간격은 5~10cm가 적당하다). 또는 말뚝 없이 고리만 달린 나무토막을 길가에 두기도 한다.


 넷째는 멧돼지를 잡는 올무로 ‘돼지 목매’라고도 불린다. 네모난 나무틀을 짜고 바닥에는 강철로 만든 그물을 느슨하게 늘어뜨린다. 가운데에는 돼지의 발목이 빠질 만한 구멍을 두고, 한쪽 끝에는 무거운 나무토막을 매달아 둔다. 멧돼지가 발목에 올무가 걸린 채 달아나려 하지만, 무거운 나무토막이 나무나 바위에 걸려 도망가지 못한다. 이 방법은 노루를 잡는 데에도 쓰인다.

 

 다섯째 역시 멧돼지를 잡는 방식이다. 얇은 철사를 50겹에서 100겹 정도로 둥글게 만들어 한쪽 끝을 굵은 나무에 묶고, 멧돼지가 지나는 길목에 놓는다. 여기에 걸린 돼지가 빠져나가려 몸부림칠수록 철사는 점점 조여들어 결국 몸에 휘감겨 죽게 된다.

 

 여섯째는 전남 고흥에서 참새나 오리를 잡을 때 쓰는 방식이다. 참새용 올무는 명주실을 두 겹으로 비벼서 지름 3cm 크기의 고리를 만들고, 끝에 짧은 대나무 조각을 달아 멍석과 담 위의 용마루에 설치한다. 멍석 위에 미끼를 뿌려 두면, 참새는 바로 멍석으로 내려앉지 않고 먼저 담 위 용마루에 앉아 주변을 살핀 후 멍석으로 내려오는 습성이 있다. 용마루에는 듬성듬성 고리를 꽂고, 멍석 위에는 고리만 나오게 하되 댓가지가 멍석 밑에 걸리게 설치한다. 새가 내려와 미끼를 먹다 놀라 달아나려 할 때 고리에 걸리게 된다. 오리용 올무는 물웅덩이에서 미꾸라지 등을 먹으려 내려앉는 오리를 잡는 데 쓰이며, 벼를 거둔 뒤부터 이듬해 음력 2월 초까지 이용된다.
먼저 논바닥에 일정 간격으로 대꼬챙이를 꽂고, 낚싯줄처럼 생긴 ‘갱심’이라는 줄로 지름 10cm 정도의 고리를 만들어 꽂는다. 바닥에는 오리가 쉽게 날지 못하게 돌을 달아 둔다. 이 장치는 보통 낮에 설치하고 밤이 깊으면 걷어낸다. 오리는 해질 무렵 가장 많이 내려오는데, 이때 사람은 숨어 있다가 휘파람을 불거나 소리를 내어 오리 떼를 올무 쪽으로 유도한다. 달이 밝은 날은 오리몰이가 더 잘 된다. 이곳에서는 올무 20개를 한 벌이라 하며, 한 사람이 한 번에 다섯 벌을 설치해 하룻밤에 다섯 마리 정도를 잡는다. 또 이 올무는 저수지 바닥에도 설치할 수 있는데, 물이 사람 가슴 정도 깊이 되는 곳에 놓아두면 물속을 잠수하던 오리가 여기에 걸려든다.

 

② 물코

 물코는 물가에 놓아 짐승을 잡는 덫이다. ‘코’는 원래 그물이나 뜨개질한 옷의 몸통을 이루는 한 코, 한 코를 뜻하는 말인데, 사냥도구에서는 짐승의 목이나 발을 묶는 고리를 이렇게 부른다. 예전에는 이 고리를 삼으로 꼬은 끈이나 명주실 같은 것으로 만들었지만, 요즘에는 대부분 철사로 만든다.

 

 물코는 물이 빠르게 흐르는 계곡이나, 물이 많이 고여 있는 곳에 놓는다. 물이 흐르는 곳에서는, 물길을 가로질러 나무토막을 걸쳐 놓고, 그 중간쯤에 작은 말뚝 두 개를 세운다. 그리고 그 위에, 한쪽 끝에 돌이 매달린 고리를 얹어 둔다. 물에 젖는 걸 싫어하는 짐승은 몸이 젖지 않으려고 나무토막을 따라 물을 건너려 하는데, 이때 물코를 밀다가 목이 걸리게 된다. 그 상태에서 빠져나오려고 몸을 흔들면, 돌이 달린 막대기와 함께 물에 빠지게 된다. 물이 고여 있는 곳에 놓는 물코는 주로 다람쥐나 족제비처럼 몸집이 작은 동물을 잡는 데 쓰인다.



③ 지게코

 이 덫은 모양이 지게와 비슷해서 이름이 붙었다. 짐승이 자주 다니는 큰 나무 옆에 구멍을 뚫고, 그 구멍에 한쪽을 고정시킨 활처럼 휘는 나무 장치를 걸어 놓는다. 이 활을 휘어서 줄을 걸고 다시 구멍 안으로 넣은 뒤, 말뚝과 받침대로 단단히 고정시킨다. 코는 나무 옆에 세운 말뚝 사이에 지게의 나무틀처럼 끼워 둔다. 짐승이 코를 건드리면 휘어 있던 활이 튕겨 나오면서, 짐승의 목이나 발이 코에 걸리게 된다.

 

 

④ 하늘코

 ‘목매’라고도 부른다. 짐승이 자주 다니는 길 옆의 참나무나 물푸레나무 가지를 휘게 만든 뒤, 그 끝에 철사로 만든 덫을 달아 놓고, 땅에 박아 놓은 말뚝에 살짝 걸쳐둔다. 짐승이 덫을 건드리면 나뭇가지가 갑자기 펴지면서 짐승의 목이나 다리를 걸고, 짐승이 공중에 매달리게 된다. ‘하늘코’라는 이름도 여기서 나온 것이다.

 


⑤ 함정코

 이 덫은 짐승을 함정에 빠지게 한 뒤, 발목을 덫에 걸리게 해서 잡는 방식이다. 짐승이 자주 다니는 길 옆에 나뭇가지들을 쌓아놓고, 가운데만 길을 남겨 둔다. 그 길 한가운데 통나무를 놓아서 짐승이 그 위를 밟고 지나가게 만든다. 통나무를 지나 조금 떨어진 지점에 구덩이를 파고, 그 안에 덫을 설치한 뒤 나뭇잎으로 덮는다. 짐승이 지나가다 발이 덫에 걸리면, 빠져나오려 할수록 덫은 더 단단히 조이게 된다.

 


⑥ 낚시코

 다람쥐를 잡을 때 쓰는 덫이다. 낚싯대 끝에 덫을 매달고, 다람쥐의 뒤쪽에서 몰래 다가가 덫을 내리면, 다람쥐가 무엇이든 끌어안는 습성 때문에 덫을 스스로 목에 걸게 된다. 이 덫을 쓸 때는 다람쥐에게 들키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⑦ 통방이

 북한 지역에서 많이 쓰이는 덫이다. 잡는 짐승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꼰줄매기통방은 널빤지 위에 새끼줄을 감아 터널처럼 만들고, 터널 앞에 활처럼 휜 싸리나무를 꽂아 놓는다. 그 안에는 들깨를 뿌려 미끼로 쓰고, 덫 장치가 아주 민감하게 작동하게 해 놓는다. 새가 미끼를 먹으려다 덫을 건드리면, 돌이 달린 나뭇가지가 떨어져 목을 치게 된다.

 

 곰통방은 큰 통나무로 상자처럼 만들고, 그 안에 미끼와 발판을 설치한다. 곰이 발판을 밟으면 앞문이 닫히고 덫이 작동한다. 위에는 돌을 많이 얹어, 덫이 움직이지 않도록 한다.

 

 새매통방은 싸리로 틀을 짜고 위에 그물을 덮는다. 그물 중앙에 수탉의 긴 깃털과 실을 꼬아 만든 올무를 설치한다. 참새를 미끼로 놓아두면, 새매가 덮치려다 발이 걸려든다.

 

 멧새통방은 꼰줄매기 구조와 비슷하지만 더 크며, 안에는 조이삭을 미끼로 건다. 눈이 많이 오는 들판에 두면 멧새가 많이 모인다.


⑧ 벼락들

 벼락틀, 곰덫 등으로 불린다. 지름이 15~20cm, 길이 3m 정도 되는 통나무 20개쯤을 엮어서, 땅과 60도쯤 기울어지게 세운다. 위에 돌을 30짐 정도 올려놓고, 덫 아래에 미끼를 둔다. 짐승이 미끼를 건드리면 받치던 나무가 빠지며, 위에 있던 돌들이 순식간에 쏟아져 내린다. 요즘에는 덫이 작동했는지 멀리서도 알 수 있게 고무풍선을 달기도 한다.

 


⑨ 가루택이

 짐승이 다니는 길만 좁게 열어두고, 양옆은 나무로 막는다. 좁은 길 옆의 나뭇가지를 억지로 휘어서 고정하고, 끝에 날카로운 낫이나 칼을 달아 놓는다. 짐승이 그 줄을 건드리면, 휘었던 나뭇가지가 펴지면서 칼날이 짐승을 치게 된다.

 

 

⑩ 투대

 짐승이 자주 다니는 길 양옆에 울타리를 쳐서, 점점 좁아지는 구조로 만든다. 이렇게 하면 들어간 짐승은 나가지 못하게 된다. 가장 좁은 목 부분에 통나무를 매달아 놓고, 덫에 걸리도록 만든다. 짐승이 나가려다 덫을 건드리면 통나무가 떨어져 짐승을 덮친다.

 


⑪ 낭투

 벼랑과 벼랑 사이에 나무를 놓고, 그 위에 덮개를 세운다. 덮개의 한쪽은 휘어진 활 같은 나무에 연결되어 있고, 길 양쪽에 작은 말뚝들을 박아 짐승이 다른 쪽으로 빠지지 못하게 한다. 짐승이 이 길을 지나가다 덫을 건드리면 덮개가 떨어져 짐승을 덮쳐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