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속 문화

동물과 자연을 이용한 운반 방식

solid-info 2025. 4. 16. 11:30

동물을 통한 운반 방식

 

1. 동물에 의한 운반

 무거운 짐을 옮기는 데 동물의 힘을 이용하기 시작한 것은 오래 전부터 동물을 사육하면서 이루어졌다. 오늘날 과학문명의 발달로 다양한 운반수단이 동력화되었지만, 여전히 열대 밀림, 사막, 추운 극지방 등에서는 동물의 힘을 빌려 짐을 운반하고 있다.


 짐을 운반하는 데 이용되는 동물은 그 지역의 자연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사막에서는 낙타를, 극지방에서는 개를, 열대지방에서는 코끼리를, 극복의 동토지대에서는 순록을 주로 이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예전부터 소나 말을 이용해 짐을 운반해 왔다. 소는 농촌에서 주로 이용되었고, 말은 산악지대 주민들의 생활 필수품을 운반하거나 도회지에서는 마차나 달구지를 채워 짐을 운반하는 데 많이 사용되었다. 6.25동란 전후, 서울에서도 화물이나 이삿짐 등을 마차로 옮겼다.

 

 전라북도 전주시에는 여전히 50여 마리의 말과 달구지가 있어 크고 작은 짐들을 운반하는 데 쓰이고 있다. 말을 다루는 일을 20여 년 해 온 정창섭 씨를 통해 알아본다.

 

 달구지를 채워 짐을 옮기는 말은 대부분 제주도에서 나는 재래종인 조랑말이다. 이 말은 주로 목포에서 구입하여 사용한다. 말을 구분하는 방식은 그 빛깔에 따라 백말(흰빛 나는 말), 유마말(노란빛 나는 말), 총말(검은빛이 섞인 말), 먹통말(검은빛이 더 강한 말) 등으로 나눈다. 능숙한 말은 떼장말과 곰배말로 구분된다. 떼장말은 짐을 끌고 가다가 갑자기 멈추는 고집 센 말로, 말을 다루는 사람을 속이기도 한다. 반면 곰배말은 달구지를 잘 끌며, 등이 굽어 있고 허리가 잘록해 한눈에 구별할 수 있다.

 

 말은 보통 오수(다섯 살)가 되어야 잘 다룰 수 있다. 20년 전 오수말은 쌀 20가마와 달구지 1대를 교환할 수 있었고, 현재도 90kg의 말은 쌀 20가마의 가격에 해당한다. 말꾼은 자기 집에 마굿간을 짓고 말을 기른다. 먹이는 잘게 썬 짚과 보릿겨를 섞어서 준다. 특별한 경우에는 맷돌에 탄 겉보리와 삶은 콩을 섞어 주기도 한다. 보릿겨 한 가마로 잘 먹이면 사흘 동안, 빠듯하게 먹이면 나흘 동안 쓸 수 있다. 말은 주로 낮에 일을 하고, 여물은 밤에 먹는다. 겨울에는 말꾼이 세 번 정도 일어나 여물을 비벼줘야 한다.

 

 말은 마굿간에서 잠을 자면서도 눕지 않게 배때끈을 채워 놓는다. 좁은 마구간에서 말이 다리를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해서이다. 말을 처음 들여올 때에는 마굿간에 돼지머리, 떡, 술 등을 차려 고사를 올린다. 이때 친숙한 동료들과 함께 술과 고기를 나누며 축하한다.

 

 말은 비를 맞거나 땀이 많이 날 때 고사병이라 불리는 감기에 걸리기 쉬운데, 이때는 여름에도 말등에 요를 덮어준다. 힘든 일을 해서 기운이 빠졌거나 먼 거리로 짐을 옮길 때는 소주와 달걀을 섞어 먹이기도 한다. 이런 방법으로 말은 빠르게 기운을 회복한다.
말의 발바닥이 상하지 않도록 한 달에 세 번 징을 박아줘야 한다. 이를 '신을 시킨다'고 한다. 또한, 말의 치장을 위해 말굴레와 말방울을 달기도 한다.

 

 전주에서는 시멘트 블록이나 모래 같은 건축자재를 달구지로 많이 운반한다. 겨울철에는 일이 거의 없으며, 보통 한 달에 한 보름 동안 일을 하며 하루 2만원 정도를 벌기도 한다. 그러나 요즘은 건축자재상들이 직접 말을 기르고 말꾼을 고용해 일을 맡기기 때문에 일감을 얻기가 쉽지 않다. 달구지를 소에 채워서 짐을 운반하는 경우도 있지만, 소는 속도가 느리고 먼 거리를 가기 어렵다. 말은 암수 구분 없이 함께 일을 하지만, 한 번 붙은 말은 절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

 

2. 자연력에 의한 운반

 자연의 힘을 빌어 물체를 운반하는 방법 중 가장 원시적인 방법은 산에서 나무를 베고 가지를 다듬어 비탈을 이용해 나무를 아래로 굴려 내려보내는 것이다. 비슷한 방법으로는 베어낸 나무를 강변까지 옮긴 후 여러 개를 묶어 뗏목을 만들어 하류로 떠내려보내는 방법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압록강 등에서 자주 행해졌으며, 이 과정에서 서너 명이 며칠씩 뗏목 위에서 취사를 하며 운반했다.

 

 자연력을 이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흐르는 물이나 부는 바람을 이용하여 배에 짐을 실어 옮기는 것이다. 어떤 계절에는 일정하게 부는 바람을 이용해 배를 띄우거나, 강 아래로 부는 바람을 이용해 배를 하류로 띄운 뒤, 오후에는 반대로 부는 바람을 타고 배를 상류로 올리는 방법도 있었다.

 

 연안에서는 거룻배나 상가선(상업용 배)을 이용하여 자연의 힘을 빌려 짐을 옮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순수하게 자연력을 이용한 것이 아니라 사람의 힘과 배 자체의 기능에 의해 움직였기 때문에, 자연력의 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