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3 7

중세 한국의 가옥(대농 형식)

중세의 대농이란 봉건적인 체제 아래 경제적, 경제 외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었던 지주 계층을 의미한다. 고려 시대에는 몇몇 문벌 중심의 중앙 귀족과 지방의 토호들이 대부분의 농경지를 소유했고, 조선 시대에는 사대부 및 양반들이 지주 계급을 형성했다. 그러나 조선 봉건 체제가 흔들리고 자본주의의 기운이 싹트던 주선 후기에는 사회적, 신분적 제약을 벗어난 일반 상민 계급에서도 지주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 글에서 다루는 봉건 시대의 대농은 고려부터 조선 말기까지의 지주를 의미한다. 대농형식의 집은 중농이나 소농형식의 집에 비해 경제력이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의 집은 그 경제적 사정보다는 취미나 기호에 따라 지어진 경향을 보여준다. 이러한 집은 지주 계층의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안정을 반영하며, 대농이..

중세 한국의 가옥 (중농 형식)

ㄱ. 일자(一字) ㄷ자형 이 집은 일자(一字) 모양의 안채와 행랑채 및 헛간채가 마당을 중심으로 ㄷ자 형태로 배치된 집이다. 일자 ㄷ자형 ㄱ자채집은 안채와 행랑채가 ㄱ자 모양으로 배치되고 헛간채는 안채 맞은편에 놓여진 구조다. 이런 집은 보통 안채와 행랑채로 구성된 2자 집을 지은 후 나중에 사랑채를 추가하여 ㄷ자 모양을 이루게 된다. 대표적인 예로 경기도 양평군 강하면에 있는 김연재씨 집을 들 수 있다. 이 집의 안채는 남쪽에서 서쪽으로 약간 기울어지게 앉아 있는 미좌(坐) 축향(丑向) 방향으로, 맞걸이 3량 구조의 배집 형식이다. 안방과 웃방은 토담으로 벽을 쌓았고, 부엌은 뼈대식 구조로 되어 있어 독특하다. 평면에서는 부엌이 오른쪽에 배치되고, 가운데는 한 칸 크기의 안방, 왼쪽에는 웃방이 놓인다..

중세 한국의 가옥(소농 형식)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국내외 사학계에서는 역사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생산력의 확대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한국사의 시대 구분도 과거의 왕조 중심이 아닌 생산력의 증대와 사회구조의 획기적인 변화에 초점 을 맞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한국사를 다루는 데 있어 또 다른 큰 논쟁은 한국에 봉건사회가 존재했는가 하는 문제였다. 이 문제는 한국 자본주의의 시작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 형태는 서양의 그것과는 다르지만 고려와 조선 왕조 사회가 본질적으로 봉건사회였다고 결론이 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이론이 한국사에서 아직도 정설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민가의 역사란 생산력의 증가에 따른 공간 확대의 역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경제사적 시대 구분론에 맞춰서 ..

한국 전통 6칸정형식 가옥 (제주형)

제주형 집은 앞의 두 가지 형과는 전혀 달라서 6칸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곤란한 집이며, 실제로 제주도에서도 이 집은 3칸집이라고 불린다. 집의 규모는 다른 집과 다를 바 없으나, 앞서 설명한 집들은 구조가 3평주(柱) 3량(樑)이고 평면이 결합방식으로 처리된 데 비해, 후자는 2고주(高柱) 7량(樑)으로 법식화되어 있으며, 평면도 분할식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고 구조기법이 전혀 다른 것은 아니고, 모두 같은 맥락에서 발전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집들은 시대가 지나면서 간편한 방법을 사용하게 된 것이고, 후자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오히려 이 점이 더욱 잘 유지되어, 평면의 형태에서도 독특한 발전을 거듭했으리라 추측된다. 따라서 이 집이 안동형보다 옛방식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형의 평면 구성은 ..

한국 전통 6칸정형식 가옥 (영동형, 안동형)

6칸정형식의 집은 정면 3칸, 측면 2칸으로 구성된 6칸 집으로, 평면 형태와 구조, 가구 기법이 정제된 양식을 띤다. 이 집에는 소작 겸 자작 혹은 자작이 가능한 소농이 거주하였으며, 이는 고대의 양인 계층이나 중세 시대의 소작인, 혹은 자영농에 해당하는 계층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유형의 집은 태백산맥을 따라 남부 산간지대와 동쪽의 관북, 관동, 영동지방은 물론, 안동, 김해, 제주도에까지 분포하며, 서해나 남해의 해안지방에도 드물게 나타난다. 이 집들이 분포한 지역은 국가의 치안력이 미치기 어려운 변방이자, 생산력이 낮은 지역이었다. 따라서 봉건적 착취가 비교적 덜했으며, 그 결과로 다른 지역에 비해 자영농이 많이 분포하였다. 치안이 불안정한 환경 속에서 도둑의 침입을 막기 위해 집은 자연히 외..

한국 전통 막살이양식 가옥

막살이형식의 집은 자립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없어 다른 집에 딸려서 생활하되, 기거만 따로 하는 일종의 대가집 부속건물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고대의 노비들이 살던 집이 이에 해당한다. 막살이형식의 집은 크게 외통형, 도장형, 겹집형으로 나뉜다. ㄱ. 외통형 외통형 집은 가장 규모가 작은 형태의 주택으로, 산간벽지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2칸집에서부터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살림방과 부엌, 앞퇴에 설치된 토방이 나란히 배열된 단순한 구조를 가진다. 이는 막살이형식의 전형적인 예로, 전국에 걸쳐 드물게 분포한다. 대표적인 예는 ‘맞걸이 3칸집’이다. 이 집은 맞걸이 3량의 구조로, 전면에 앞퇴 없이 평면이 구성된 형태를 보인다. 안채만 있고 사랑채는 없으며, 외양간·뒷간·잿간 등의 최소..

한국 전통 가옥의 분류 방법

1. 새로운 분류 방법의 시도 민가의 집 구조를 분류하는 방법은 여러 일본 학자들에 의해 시도되고 정리되었지만, 이들의 이론은 많지 않은 자료를 바탕으로 직관적으로 정리된 느낌이 없지 않다. 그들이 사용한 방법은 겨우 몇십 채의 민가를 분류하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수백 채를 분류하려 하면 금세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예전 방법들은 대부분 어떤 지역에서는 비슷한 형태의 집들이 모여 있다는 ‘지역의 특성’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하지만 실제로 한 마을의 모든 민가를 조사해 보면, 서로 다른 집 구조가 여러 가지 있다는 사실 때문에 이런 방법으로는 설명이 잘 되지 않는다. 이런 문제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먼저 한 마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을 찾아보고, 그 위에 다른 지역에서 나타나는 구조를 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