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속 문화

한국 전통 6칸정형식 가옥 (제주형)

solid-info 2025. 3. 26. 14:36

주거환경 - 6칸정형식(제주형)

 

 제주형 집은 앞의 두 가지 형과는 전혀 달라서 6칸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곤란한 집이며, 실제로 제주도에서도 이 집은 3칸집이라고 불린다. 집의 규모는 다른 집과 다를 바 없으나, 앞서 설명한 집들은 구조가 3평주(柱) 3량(樑)이고 평면이 결합방식으로 처리된 데 비해, 후자는 2고주(高柱) 7량(樑)으로 법식화되어 있으며, 평면도 분할식으로 되어 있다. 그렇다고 구조기법이 전혀 다른 것은 아니고, 모두 같은 맥락에서 발전한 것이다. 앞서 언급한 집들은 시대가 지나면서 간편한 방법을 사용하게 된 것이고, 후자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오히려 이 점이 더욱 잘 유지되어, 평면의 형태에서도 독특한 발전을 거듭했으리라 추측된다. 따라서 이 집이 안동형보다 옛방식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형의 평면 구성은 작은 방이 없는 경우 영동형과 비슷하고, 작은 방이 있는 경우는 안동형과 유사하다. 이 형은 엄밀히 말하면 양통집이 아니라 겹집이라고 할 수 있다.

 

1. 작은방 없는 3칸집

 이 집은 3칸집 안에 방이 하나만 배치되는 것으로, 다음에서 설명할 작은 방이 있는 3칸집과 방의 개수에서 차이가 있다. 예로 남제주군 중문면 강정리에 있는 윤광재씨 집을 들 수 있다. 평면의 간살이는 그림에서 보듯 전면이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왼쪽(서쪽)에는 앞뒤 두 칸 크기의 부엌이, 가운데는 앞쪽에 퇴(난간)와 뒤쪽에 마룻방(상방)이, 오른쪽에는 퇴와 구들 및 고방이 놓여 있으며, 구들 옆에는 <굴묵>이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집은 다른 집들처럼 가운데칸인 상방을 중심으로 평면의 좌우가 바뀌는 경우도 있다. 막살이형식과 여기에 나오는 3칸집의 차이는 부엌과 방 사이에 상방이 있다는 점이다. 부엌의 앞문과 뒷문은 막살이집과 같고, 상방과의 동선을 연결하기 위해 부엌 샛문이 추가되어 있다. 아궁이 근처에는 한두 개의 봉창이 설치되어 있다.

 

 부뚜막은 반드시 상방과 반대쪽인 외측벽의 앞쪽에 붙여서 설치되며, 연료광은 상방벽의 앞쪽 구석에 앞문으로 출입하는 데 지장이 없도록 배치된다. 부엌 바깥벽과 앞벽이 이루는 구석에는 방을 만들어 연료저장고로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를 <고랑채>라고 부른다. 물항은 뒷문 옆에 놓여 있고, 그 옆에는 찬장 [살레]을 배치한다. 부엌 쪽에는 안벽에 붙여서 샛문 앞쪽으로 풀(검질)을 깔고, 짚방석을 몇 개 배치하여 농번기나 간단한 식사 때 식사 공간으로 사용한다. 설거지를 할 때 쓰는 궂은물통은 찬장 앞에 두고 사용하며, 다 쓰고 나면 치워서 뒷벽에 세운다. 봉덕 [또는 부섶이라 부른다] 화로는 종종 부엌에 설치되며, 그 위치는 부엌의 중앙에서 약간 뒤쪽이다. 겨울에 불을 피워 부엌 공기를 따뜻하게 하거나, 큰일을 치를 때 생선이나 고기 등을 굽는 데 사용된다. 부엌 앞 왼쪽 바깥벽 구석에는 재통 [불치통] 위에 <닭통(닭통)>을 만든다.

물을 긷는 허벅을 올려놓는 물팡은 부엌 앞문 밖의 왼쪽 앞벽에 붙여 만들어진다. 장독(장항)은 <정지> 뒷문 밖의 뒤안 공간에 원형으로 4~5개 배치된다.

 

 퇴는 대부분 마루로 되어 있으며, 상방 앞과 구들 앞에 길게 설치된다. 처마 끝 서까래 앞에는 풍채를 다는데, 이는 비바람이 칠 때는 내려서 비바람을 막고, 볕이 강할 때는 올려서 상방 차양으로 사용된다. 상방은 집의 중앙에 놓인다. 상방 앞쪽에는 주출입구인 대문이 있으며, 규모가 특별히 작은 집이 아니라면 대문 오른쪽에 호령창(號窓, 또는 생기문)이 있다. 상방의 뒤편에는 집 뒤의 뒤안[안뒤]공간과 연결되는 뒷문이 있다. 그 외에도 정지샛문, 고팡문, 구들샛문이 있다. 부섶(혹은 봉덕)은 돌을 네모나게 가운데를 파서 만든 것으로, 부엌의 것과 같은 용도로 쓰이며, 부엌의 것보다 모양 좋게 가공된 것이다. 위치는 상방 중앙에서 뒤로 치우쳐 배치된다. 장방(藏房)은 뒷문 뒤의 퇴에 만들어지며, 이런 집의 형태에서는 고방 쪽에만 만들어진다. 용마루(상므루) 밑에는 큰 물건들을 올려놓는 선반들이 마련된다. 방은 네모꼴로서 크기, 공간, 용도, 이용 등이 막살이집과 같다. 다만 치장재료가 약간 고급일 뿐이다. 사람의 출입은 상방에 붙어 있는 구들샛문으로 하며, 난간에 설치된 창문은 채광, 통풍, 조망용이다. 고방은 긴 네모꼴로, 상방 쪽으로 고방문이 있고, 창은 뒷벽에 쌓여 닫이로 설치하거나 봉창을 사용한다. 고방의 용도는 막살이집과 같다. 곡식을 담는 항아리는 건물 뒤벽과 샛벽에 붙여 양쪽으로 놓고, 가운데는 통로로 사용된다. <굴묵>은 아궁이가 있는 공간으로, 막살이집과 같다.

 

 작은방이 없는 3칸집은 비교적 긴 <올래>를 가지고 있다. <올래>는 마당 옆으로 연결되며, 마당은 비교적 크다. 마당 옆에는 울담이 설치되어 있다. 아직 안뒤는 없고 <우영>만이 존재한다. <우영>에는 채소 등을 심어 일상시의 반찬거리를 얻는다. 변소(통시)는 돼지우리[돗통] 안에 설치되며, 대지 안 구석진 곳에 부엌과 거리를 두고 만든다. 이런 집에서는 대부분 신혼살림이나 어린 자식을 둔 젊은 사람들이 살며, 북제주군보다 남제주군에 더 널리 분포되어 있다.

 

 

2. 작은방 있는 3칸집

 이 집은 작은방이 없는 3칸집의 부엌 한쪽에 방 하나를 더 만들어서 방 2개를 설치한 집이다. 예로 북제주 고인선씨 집을 들 수 있다(북제주군 구좌면 하도리). 평면의 간살이는 전면을 3등분하여 다음과 같이 배열된다. 오른쪽 간살은 앞으로 퇴와 작은방, 뒤로 부엌이 있고, 방 오른쪽 바깥벽 쪽에는 <굴묵>이 있다. 가운데 간살은 앞쪽으로 퇴를 제외하고 마룻방(상방)이 있으며, 왼쪽 간살은 앞으로부터 퇴·방(구들)·고방과 방 왼쪽에 <굴묵>이 설치되어 있다. 이 집도 다른 형태의 집들처럼 좌우가 바뀌는 경우가 많으며, 부엌과 작은방의 위치가 모두 바뀌어서 부엌이 앞쪽으로 오는 경우도 많다. 작은방이 집 뒤로 배치되는 경우는 주로 북제주군에서 많이 본다. 부엌의 문은 외부로 연결되는 정지앞문으로, 상방과 연결되는 정지샛문이 있지만 정지뒷문은 없다.

 

 퇴의 바닥은 우물마루로 되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상상(上床)으로 된 집도 있다. 서까래 앞에는 풍채가 있으며, 전면은 개방되어 있다. 부엌과의 사이에는 직접적인 연결창문이 없다. 상방에는 앞쪽으로 대문이 나 있고, 뒤에는 뒷문이 있다. 호령창은 잘 설치되지 않는다. 기타 부엌샛문과 큰구들샛문, 작은구들샛문, 고방문이 있다. 장방은 뒷문 양 옆으로 또는 고방 쪽에 설치된다. 방은 네모꼴로, 큰구들은 안방에 해당하고 작은방이 건너방에 해당하며, 크기는 큰 차이가 없고 다만 위치가 다를 뿐이다. 고방(庫房) 앞에 있는 방이 큰구들이고, 부엌 뒤에 있는 방은 작은구들이다. 방에는 각각 구들샛문과 장문이 설치된다. 고방의 이용과 설비는 다른 집과 동일하다. 큰구들의 <굴묵>은 작은방이 없는 3칸집과 같다. 작은구들의 <굴묵>은 방이 전면에 놓일 때는 앞의 경우와 같지만, 후면에 놓일 때는 바깥벽 쪽에 마루(난간)를 만들어 놓는 경우도 있다. 작은방이 있는 3칸집은 대체로 짧은 <올래>를 가지고 있다. 집 앞에는 마당이 있으며, 마당 옆에는 <눌>이 설치된다. 우영은 없는 경우도 자주 있다. 보통 부속건물이 집과 함께 지어지는 수가 많다. 작은방이 있는 3칸집은 약간 가난한 계층의 주택으로, 집이 밀집한 도시형 촌락에 많으며 북제주에서 자주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