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살이형식의 집은 자립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없어 다른 집에 딸려서 생활하되, 기거만 따로 하는 일종의 대가집 부속건물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예로는 고대의 노비들이 살던 집이 이에 해당한다. 막살이형식의 집은 크게 외통형, 도장형, 겹집형으로 나뉜다.
ㄱ. 외통형
외통형 집은 가장 규모가 작은 형태의 주택으로, 산간벽지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2칸집에서부터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살림방과 부엌, 앞퇴에 설치된 토방이 나란히 배열된 단순한 구조를 가진다. 이는 막살이형식의 전형적인 예로, 전국에 걸쳐 드물게 분포한다.
대표적인 예는 ‘맞걸이 3칸집’이다. 이 집은 맞걸이 3량의 구조로, 전면에 앞퇴 없이 평면이 구성된 형태를 보인다. 안채만 있고 사랑채는 없으며, 외양간·뒷간·잿간 등의 최소한의 부속시설만으로 이루어진다.
경북 영주군의 권오홍 씨 집이 그 대표적 사례이다.
이 집은 긴네모꼴 평면을 가지며 전면을 기준으로 오른쪽에는 부엌, 가운데는 안방, 왼쪽에는 웃방이 배열되어 있다. 부엌은 증축된 흔적이 있으며, 이는 대가집에서 독립하여 살림을 꾸려가면서 취사 공간을 확대해 나간 흔적으로 볼 수 있다.
부엌 옆에는 간이식 돌담으로 만든 네모꼴 공간이 있어 앞쪽은 잿간, 뒤쪽은 뒷간으로 사용된다. 이는 가설물이므로 지붕이 없고, 일부 벽을 개방하여 출입이 가능하게 구성되어 있다. 외양간은 마당 왼편에 네모꼴 돌담으로 조성되어 있으며, 소가 드나들 수 있도록 한 쪽 벽을 터놓았다.
이 집 주변에는 울타리가 둘러져 있으며, 대문 없이 마당 오른쪽이 출입구 역할을 한다. 마당 오른쪽 앞에는 짚가리대, 왼편에는 벼 저장용 장석(뒤주), 오른편에는 거름더미가 위치하고 있다. 텃밭과 김치독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이처럼 매우 가난한 사람들이 거주하는 외통형 집은 많지는 않지만 전국적으로 분포한다. 이보다 더 간략한 형태로는 부엌과 방 하나만 구성된 집도 있으며, 부엌 옆 눈썹지붕 아래에 연료창고, 외양간, 뒷간 등을 두는 방식이다. 다만 이러한 집은 거의 사라졌고, 현재는 남부 내륙의 산간지대에서만 간혹 볼 수 있다.
ㄴ. 도장형
도장형집은 태백산맥을 중심으로 한 산간지방에 분포한다. 이 집의 평면 구성은 외통형 집과 유사하지만, 살림방인 웃방이 앞뒤로 나뉘어 도장과 방으로 분리되면서 외통집과는 구별되는 특징을 지닌다. 이는 웃방의 접대기능과 수장기능 중 필요한 기능이 강조된 평면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기둥 배열 등 기본 구조는 외통형 집과 동일하다.
1. 일자(一字)도장집
일자도장집이란 ‘삼칸일자 도장집’의 준말로, 외형은 3칸일자 퇴집과 같되 웃방 뒤편에 도장을 두는 점이 특징이다. 웃방은 본래 예비공간으로서 취침과 저장 기능을 동시에 지니며, 때에 따라 이 두 기능이 공간적으로 분리되기도 한다. 이러한 평면 구성은 약간의 독립된 경제생활을 영위하되, 아직 완전한 독립이 어려운 극빈자, 곧 소작농 계층의 주거 형태라고 볼 수 있다.
2. ㄱ자도장집
ㄱ자도장집은 구조상으로는 맞걸이 3칸집이지만, 외형상 전면에 퇴가 있는 집처럼 보이도록 평면이 구성된 집이다. 이 유형은 태백산맥 동쪽, 영동지방에 드물게 존재한다.
비록 경북 영주지방의 3칸집이나 충북 산간지역의 3칸툇집과 구조는 다르나 간살이 배치에는 유사성이 있다. 집은 계좌정향으로 자리잡아 긴네모꼴 평면을 이루며, 긴 변을 전면으로 삼는다. 구조는 고주나 툇간 없이 평주에 3량만 걸친 맞걸이 3량집이다. 전면을 세 구획으로 나누면,
- 왼쪽은 부엌,
- 가운데는 앞쪽에 봉당, 뒤쪽에 안방,
- 오른쪽은 앞쪽에 사랑방(혹은 웃방), 뒤쪽에 도장이 위치한다.
부엌은 긴네모꼴로 넓게 쓰이며, 남부지방의 좌퇴보다 넓다. 봉당은 토방과 비슷하며 전면은 개방되어 있고, 기타 공간들과는 벽으로 구분된다. 봉당 앞 토방은 부엌에서 사랑방 앞까지 이어지고 너비는 3.25자이며, 끝에는 갓돌 없이 흙으로 마감된다.
안방과 사랑방은 모두 긴네모꼴이며, 사랑방은 봉당과 안방 사이에 위치한다. 그러나 이 방은 웃방이라 부르기 어렵다. 이유는 샛문이 안방과의 사이가 아닌 봉당 쪽에 나 있기 때문이다.
도장은 사랑방 뒤편에 긴네모꼴로 배치되며, 고방과 유사하나 바닥이 구들인 경우 도장이라 부른다. 도장에는 문이 안방 쪽에만 나 있다.
전형적인 어부의 집에서는 농가에 필수적인 헛간은 따로 만들지 않고, 부속사에 변소와 돼지우리를 설치한다. 마당은 사다리꼴 모양(가로 22자, 세로 59자, 안쪽 23자)으로 구성되며, 마당을 가로질러 마을 도로가 이어진다.
부엌 앞에는 펌프와 네모꼴 샘터, 하수도 시설이 갖춰져 있다. 집주인은 어업에 종사하며, 사유지 없이 생활하고 있다. 현재 사용 중인 부엌 왼쪽 텃밭도 남의 땅이라고 한다. 집 뒤쪽은 부엌 왼쪽 끝에서 도장 오른쪽 끝까지 블록 담장으로 울타리를 치고 뒤안 공간을 형성하였다.
ㄷ. 겹집형
겹집형 주택은 다음에 설명하는 양통형과는 달리 그 구조가 2고주(高柱) 7량(樑) 또는 2고주 5량집이다. 평면의 구성방법은 분할식으로서 한 칸 크기의 방이 한 줄로 배치되고, 앞뒤로 퇴가 있거나 또는 방을 두 줄로 배치하기 때문에 외통형과 양통형이 결합된 것과 같은 모양을 띠고 있는 것이다. 이런 류의 집은 남해안 일부에서 가끔 보이나 제주도에도 다수 분포하고 있다.
이러한 집으로서 2칸부엌집을 살펴본다. 이 집은 2칸우진각 초가집으로서 그 중 한 칸이 부엌이 된다. 이러한 집의 실례로서 남제주군 남원면 태흥 2리에 있는 김옥수씨 집을 들 수 있다. 평면의 간살이는 앞을 2등분하여 오른쪽에는 부엌을 배치하고, 왼쪽에는 앞으로부터 토방과 방 및 고방(고팡)을 놓으며, 방 왼쪽에 굴묵을 배열하고 있다. 이러한 평면 나누기는 좌우가 서로 바뀌기도 하는데, 이는 해당 집이 위치하는 대지의 지리와 집주인의 운세에 따라 부엌의 방위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부엌은 칸반×칸반 크기의 네모꼴이며, 부뚜막(화덕)은 바깥벽에 붙여 앞쪽 또는 뒤쪽에 설치한다. 솥과 벽 사이에는 재가 쌓일 수 있는 공간인 불치통이 만들어지며, 이 부뚜막에는 4개 정도의 솥이 걸린다. 연료는 부뚜막을 쌓고 난 나머지 공간에 놓으며, 식수를 담는 용도로 쓰이는 물항은 뒷벽에 붙여 고팡문 옆에 배치한다. 찬장(살레)은 물항의 옆 혹은 근처에 놓고, 부엌과 샛문 앞은 식사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 공간에서 식사할 때는 바닥에 마른풀(검질)을 깔아두는 것이 보통이며, 평상이 놓일 수도 있는데 이를 정지마리라 부른다.
토방(물똥)은 일반적으로 방 앞에만 만들어지나 예외적으로 부엌 앞까지 길어지는 경우도 있다. 바닥은 흙으로 되어 있고, 전면은 개방되어 있다. 구들은 한 칸 크기의 바른네모꼴이며, 벽장은 묵 상부에 시설된다.
고방은 방 뒤에 배치되어 부엌에서 출입하도록 만들어졌으며, 반 칸~한 칸 크기의 긴네모꼴이다. 이곳에는 곡류를 담는 항아리들을 넓적하고 납작한 돌에 받쳐서 도리 방향의 양쪽 벽에 붙여놓는다. 굴묵은 구들에 불을 때는 공간으로, 방에 붙어 보 방향으로 긴 평면을 가지고 있다. 출입은 토방(물똥)에서 하도록 되어 있으나, 문은 따로 만들지 않는다.
이러한 막살이집 앞에는 반드시 마당이 있으며, 이는 농작업의 공간이자 통풍·채광을 위한 인동간격 확보를 목적으로 필요하다. 올래는 거의 없이 바로 마당으로 들어가거나, 있더라도 매우 짧으며, 안뒤와 우영 같은 예비공간은 이런 류의 집에서는 대부분 고려되지 않는다.
이런 집은 가난한 사람이나 자식이 없는 할머니, 또는 아들을 장가보내고 자신의 집을 자식에게 내준 노인 부부들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제주도에는 아직도 이러한 집이 상당수 남아 있으며, 4·3사건 당시 집과 자식을 잃은 노인들을 위해 임시로 지은 것들도 많다. 조선 말기에는 이러한 유형의 집이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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