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국내외 사학계에서는 역사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으로 생산력의 확대가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지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한국사의 시대 구분도 과거의 왕조 중심이 아닌 생산력의 증대와 사회구조의 획기적인 변화에 초점 을 맞추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한국사를 다루는 데 있어 또 다른 큰 논쟁은 한국에 봉건사회가 존재했는가 하는 문제였다. 이 문제는 한국 자본주의의 시작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그 형태는 서양의 그것과는 다르지만 고려와 조선 왕조 사회가 본질적으로 봉건사회였다고 결론이 나고 있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이론이 한국사에서 아직도 정설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민가의 역사란 생산력의 증가에 따른 공간 확대의 역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경제사적 시대 구분론에 맞춰서 이 글을 전개하기로 한다.
중세 양식이란 고려와 조선에서 노비의 신분에서 벗어나 독립된 가계를 꾸려 나가는 하층민들의 주택 양식을 의미한다. 양인이라 하더라도 그 경제 규모가 각기 다르기 때문에 몇 가지로 나누어 이들의 주택을 살펴보겠다.
ㄱ. 일자(一字) 외채형
일자(一字)집은 긴 네모꼴 평면을 기본으로 하여, 왼쪽 또는 오른쪽에 부엌을 배치하고, 가운데에 안방을 두며, 반대편에는 웃방을 설치하여 일자 형태를 이룬다. 겹집(두줄백이집)도 크게 일자집에 속하지만, 외줄로 배열된 외통집만을 다룬다. 일자집은 2칸, 3칸, 4칸, 5칸 형태가 주를 이루며, 여기서는 3칸겹집을 예로 들어 일자 외채형 집을 설명한다.
3칸겹집은 3칸 일자집에 전후로 퇴가 놓인 집으로, 보통 부엌 왼편과 웃방 오른편에 퇴가 놓이는 경우가 많다. 이 집은 외채형으로 사랑채나 행랑채 없이 잿간, 변소, 헛간 등 간단한 부속시설물만 있는 구조이다. 이 집은 충남 공주군 계룡면 중장리 갑사동에 위치해 있으며, 평면은 3등분하여 부엌, 안방(아랫방), 웃방을 배치한다. 안방과 웃방 앞에는 툇마루가 놓이고, 그 뒤로는 골방, 좌측에는 뒷마루가 배치된다. 토광은 벼를 쌓아두는 공간으로, 방은 뒷마루와 골방 사이에 위치한다. 평면의 간살은 좌우가 바뀌기도 한다.
부엌은 3칸집의 우측간으로, 공간을 크게 쓰려는 흔적이 보인다. 안방과 웃방은 네모꼴이고, 앞마루는 전면이 개방되어 있으며, 마루 앞 처마는 약 2자 정도 내밀어져 있다. 골방은 긴 네모꼴 온돌로, 뒷마루는 측면이 개방된 마루이다. 토광은 추수해 들인 벼를 쌓아두는 공간이며, 집의 왼쪽 구석에는 고방이 만들어져 있다. 집의 전면에는 사립문이 있고, 북쪽에는 잿간이 있으며, 남동쪽에는 헛간과 변소가 각각 따로 있다. 이 형태의 집은 차령산맥 이남에 분포하며, 쌍채집에 비해 그 수는 적다.
ㄴ. 이자(二字) 쌍채형
이자(二字) 쌍채형은 일자집 두 채가 ㄱ자 또는 이자(二) 모양으로 배치된 집을 말한다. 안채는 보통 3칸집이지만 4칸집도 있으며, 행랑이나 사랑채는 보통 3칸 맞걸이 3량집이다. 이러한 집은 태백산맥 서쪽 지역에 널리 분포하고 있으며, 가장 많은 유형 중 하나로 생각된다. 여기서는 이자(二字)쌍채집의 가장 대표적인 형태를 살펴보려고 한다.
이자(二字)쌍채형 집은 안채와 사랑채가 마당을 중심으로 서로 마주보게 나란히 배치되어 있는 형태로, ㄱ자형과 유사하다. 안채는 일반적으로 3칸 일자집으로, 사랑채는 맞걸이 3칸 또는 4칸집으로 이루어진다. 이 형태의 집은 일반적으로 공간이 넉넉하고, 마당을 사이에 두고 안채와 사랑채가 서로 조화를 이루는 구조로 배치된다.
상하채형 일자집은 안채와 사랑채 두 채가 마당을 중심으로 나란히 배치된 형태를 말한다. 이 유형은 ㄱ자형과 유사하지만, 안채는 전좌퇴(前左) 3칸 일자집으로 구성되고, 사랑채는 맞걸이 3칸 또는 4칸집으로 이루어진다. 대표적인 예로 부여군 석성면 정각리에 위치한 이대영씨 집을 들 수 있다.
안채의 평면은 긴 네모꼴로, 긴 변을 전면으로 삼아 부엌은 왼쪽, 웃방은 오른쪽, 안방은 가운데에 배치된다. 안방과 웃방 앞에는 툇마루가 있으며, 이 툇마루는 회마루로 마감되어 있는데, 이는 가난한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형태다.
사랑채는 안채의 맞은편에 위치하며, 마당을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도록 배치된다. 사랑채의 평면은 역시 긴 네모꼴로, 전면을 마당 쪽으로 삼는다. 이 사랑채는 4등분되어 좌측부터 사랑방, 헛간(또는 허청), 외양간으로 배열된다. 사랑방 앞에는 부엌이 설치되어 있으며, 부엌 앞에는 비가리개인 '까작'이 설치되어 비가 들어오는 것을 방지한다.
이 집의 배치는 안채 앞에 마당이 있고, 마당 우측에는 사립문이 있으며, 바로 옆에 변소가 설치되어 있다. 집 안에는 샘은 없고, 안채 뒤편의 부엌 쪽에는 장독대가 있다. 이러한 형태의 집은 차령산맥 이남에 많이 분포하며, ㄱ자형보다는 적지만 여전히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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