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속 문화

한국 전통 수산 문화 (조개 양식)

solid-info 2025. 4. 6. 10:43

한국 전통 조개 양식

 

① 백합무리의 양식

 

 조상들은 석기시대 때부터 조개를 많이 이용해 왔다. 그 이유는 조개의 살이 맛있고, 껍질이 두텁고 단단할 뿐만 아니라 매끄럽고 크기도 비교적 커서 국자나 식기 등 여러 가지 기물로 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오늘날에도 백합은 널리 이용되는 패류 중 하나로, 그 살은 단백질이 풍부하여 고급 영양식품으로 사용된다. 패각은 백색 바둑알을 만드는 데 쓰일 뿐만 아니라 각종 장식용 물건이나 약물의 용기로도 활용된다. 특히 일본에서는 전국시대부터 상류사회 여성들의 정조관념을 강조하기 위해 여성들의 제짝 맞추기 노리개로 많이 사용되었는데, 백합의 껍질은 다른 조개껍질과 달리 내부의 구치(겉모습)가 개체마다 다르기 때문에 제짝이 맞지 않으면 쓸 수 없기 때문이다.

 

 백합의 영어명은 'hard clam'이고, 일본어명은 'hamaguri'이다. 우리나라의 남해안과 서해안에서 많이 양식되며, 특히 서해안의 전북 부안 일대에서 생산량이 많아 대부분 일본으로 수출되었으나, 어장의 노화로 인해 생산량이 크게 감소하였다.

 

ㄱ. 종류 및 습성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백합은 다음 세 가지 종류로 알려져 있다.

  1. 백합, 학명 : Meretrix Lusoria
  2. 라마르크백합, 학명 : Meretrix Lamarchii
  3. 말백합, 학명 : Meretrix Petachialis

 

 백합의 습성으로 볼 때, 백합은 담수의 영향을 많이 받는 하구 근처에 살고, 라마르크백합은 바다의 외양에 가까운 깊은 곳에 살며, 말백합은 그 중간 정도의 지역에서 살아간다. 백합은 세사질(세모래)로 이루어진 평탄하고 모래가 많은 곳을 좋아한다. 어린 백합은 간조대에서 살다가 성장함에 따라 점차 5~6m 깊이로 이동하며, 이때는 최간조시에도 완전히 노출되지 않는다. 백합은 이렇게 이동하는 특징이 있다.

 

 성장 속도는 발생 후 약 2년(전년도 생산) 동안 3cm 크기가 되며, 이를 뿌려서 1년 후에는 4.1cm, 2년 후에는 4.7cm, 3년 후에는 5.5cm 정도(약 40g)에 자란다.

 

ㄴ. 양식법

 백합은 아직 인공채묘법이 개발되지 않아, 천연산 치패를 채집하여 양식장에 뿌리고 클 때까지 기다린다. 양식장이 물속에 깊이 잠기지 않는 곳이라면 특별한 장치 없이 종패를 배 위에서 뿌린다. 간석지에 양식할 때는, 노출 시간이 비교적 짧은 지면에 높이 1m 정도의 그물 울타리를 설치하여 도망을 방지하고, 그 안에 고루 종패를 뿌려 양식한다.

 

 

② 고막무리의 양식

 우리나라산 고막무리는 북한에 2종, 남한에 3종이 서식한다. 고막, 새고막, 피조개의 3종은 성패(성숙한 조개) 때를 제외하고는 외모가 비슷하여 구별하기 어렵기 때문에 각각의 조수나 위치로 구별한다. 이 외에도 서해, 특히 아산만에는 큰이랑피조개가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분류학적으로 정확한 판단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고막무리는 다른 조개와 달리 헤모글로빈(혈액을 구성하는 물질)으로 된 붉은 피를 갖고 있다. 고막무리 중에서 가장 작은 종은 고막[Anadara granosa bisenensis]이고, 가장 큰 종은 피조개[Anadara broughtoni], 중간 크기의 종은 새고막[Anadara subcrenata]이다. 새고막과 피조개는 생식용으로 많이 사용되며, 전량 수출된다.

 

ㄱ. 생태

1. 고막
 고막은 주로 남해와 서해 연안에 분포하며, 특히 전남 연안에서 많이 자란다. 일반적으로 고막이 서식하는 곳은 난류가 흐르고 파도가 잔잔하며, 담수가 유입되는 지역으로 간조 시에는 바닥이 드러나는 깊은 곳이다. 고막의 산란기는 8~9월이며, 암컷의 생식소는 붉은 색, 수컷은 담황색이다.

 

 치패가 발생하는 곳은 파도가 잔잔하고, 수심이 얕으며 세모래가 많은 곳으로, 조수가 정체되는 지역이다. 고막은 생후 약 2년이 지나면 2cm 정도로 자라 성숙한다.

 

2. 새고막

 새고막은 우리나라 전 연안에 분포하며, 서식처는 따뜻한 내만의 잔해로, 거머리말이 자라는 조용한 곳이다. 바닥은 뻘 또는 사니질(모래와 진흙이 섞인 상태)이며, 간조 시에는 바닥이 드러나기도 한다. 새고막은 수심 7m 정도에서 자라며, 때로는 10m 깊이에서도 발견된다. 서식지의 물 비중은 1,018~1,022 정도로, 약간 담수의 영향을 받는 곳이 적당하다.

 

 새고막의 산란기는 7~9월이며, 산란이 가까워지면 암컷의 생식소는 붉은 색에서 실색으로, 수컷은 유백색으로 변한다. 방출된 알은 수정 후 12시간이 지나면 유영을 시작하며, 36시간 후에는 패각(조개의 껍질)이 완성된다. 2주일 후에는 바닥에 부착된 상태로 성장하며, 36개월 후에는 약 12~15mm 크기로 자라 해저에 잠입하는 생활로 들어간다.

 

3. 피조개
 피조개는 주로 서해안의 중부 이남과 남해안, 동해안 전역의 연안에서 자란다. 서식지로는 연안의 조용한 진흙바닥으로, 수심은 30~50m 정도까지 자생한다. 피조개의 산란기는 6~10월까지이며, 성수기는 7~8월의 하절기이다.

 

 생식기가 되면, 암컷의 생식소는 복숭아 색(도홍색), 수컷은 염황색으로 변하는데, 이는 육질을 깠을 때 쉽게 구별할 수 있다. 하지만 외모상으로는 패각으로 구별이 어렵다. 알은 수정 후 침하되지만, 수정 후 12시간이 지나면 모두 단륜자기(담륜자기, 조개 유생단계)로 부유 생활을 시작한다. 1.5개월 후에는 바닥에 부착되어 자라며, 3~4개월이 지나면 1~2cm 크기로 자라면 족사를 끊고 해저로 잠입 생활을 한다.

 

 

ㄴ. 양식법

1. 고막
 고막은 자연산 치패(어린 조개)를 채집하거나 종묘(모종)를 구입하여 양식장에 살포한다. 양식지는 해조류가 많지 않고 간조 시에 바닥이 드러나는 곳으로, 담수가 유입되는 연니(부드러운 진흙)로 된 곳이 좋다. 종묘로 적합한 크기는 1.8L에 3만~7만 개 정도로, 종묘의 크기에 따라 살포량과 성장도가 달라진다. 종패를 살포한 후에는 봄과 가을에 서식 밀도를 기준에 맞춰 조정하는 자리를 바꿔줘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고막 양식은 조선시대부터 진행되었으며, 그 방법은 오늘날과 거의 유사하다. 한말에는 주된 고막 양식지가 여자만 안의 장도(獐島), 대포(大浦), 하대진포(下大津浦)였다. 이 지역들은 오늘날에도 고막 양식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2. 새고막
 새고막은 자연 산란 후 부유 생활을 하다가 부착기에 이르면 인공 채묘기로 부착시켜 종묘로 만든다. 새고막의 부유자패(어린 개체)가 많이 출현하는 시기나 장소는 다르기 때문에 충분한 사전 조사가 필요하다.

 

 새고막의 채묘 방법은 수온이 23~25℃일 때 산란하고, 23주간 부유 생활을 한 후 부착 생활을 시작한다. 이 시기에 부착기를 수중에 설치한다. 채묘기는 1.8m 길이의 가는 망선 철사 두 가닥을 꼬아 둥근 테 모양으로 만든다. 그 사이사이에 짚이나 종려피를 염색해 꽂아 섶 모양을 만들고, 이를 수중에 설치한다.

 

 8~9월에 부착한 치패는 11월경에 채묘기에서 이탈하는 경우가 많아, 이 치패는 본 양식장에 뿌려주면 생존율이 높아진다. 중간 육성장은 본 양식장보다 얕은 곳으로, 자연 탈락 후 5~6개월 동안 키운 후, 다음 해 3~5월경에 본 양식장에 살포하여 육성한다.

 

3. 피조개
 피조개는 자연산 치패를 채집하거나 인공 채묘로 육성된 치패를 양식지에 살포한다. 일본에서는 피조개를 인공 채묘 및 육상 탱크에서 사육하는 데 성공했으나, 한국은 아직까지 자연산 중에서 작은 것만 골라 양식하는 단계에 있다. 피조개 양식은 수심 3~10m의 평탄한 해저로, 사율이 20~60%인 곳이 좋다.

 

 

③ 굴 양식

 참굴은 우리나라에서 널리 양식되고 있으며, 난생치(암수 구별이 없는 상태)로서 우송동체(생식과정을 거친 상태)는 원형이다. 그러나 영양 상태에 따라 자성(여성)이나 웅성(남성)으로도 변화하며, 동일한 장소의 동일 개체에서도 성별 변화가 자주 일어난다. 또한 주산란기는 6~8월이고, 9~10월에는 2차 산란이 이루어진다. 수온이 2~3℃만 급상승하면 언제든지 산란이 일어난다. 알은 부성란(어미가 알을 낳는 것)으로, 물에 떠 있는 동안 수정되어 발생을 이어간다. 2~3주 동안 물속에 떠 있다가 부착생활을 시작한다.

 

ㄱ. 채묘

 굴은 육상 수조에서 인공적으로 채묘할 수도 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아직까지는 자연산 굴을 채묘하여 양식하고 있다. 방법은 4시간 이상 노출되지 않는 간석지에 말목을 박고, 긴 나무를 엮어 채묘상을 만든다. 채묘상의 크기는 약 1.5m x 1.5m 정도이다.

 

 채묘상에 공각(빈 껍데기)을 철사에 꿴 후, 부유하는 굴의 새끼가 부착되도록 한다. 채묘용으로 알맞은 껍데기는 참굴껍데기가 좋으며, 그 외에도 벅굴껍데기나 가리비껍데기도 사용한다.

 

 보통 1.8m 길이의 철사에 구멍을 뚫은 참굴껍데기 80개를 꿰어 일련으로 만들어 채묘상에 매달거나, 채묘상이 낮을 경우 위에 놓기도 한다. 6~7월에 채묘한 것은 2~3주 후 본양성용 수하련으로 양식하거나, 채묘상에서 9월 하순까지 두었다가 단련상으로 옮겨 봄까지 단련시킨다. 채묘상에 계속 방치하면 성장이 계속되어 패각의 연변(연한 부분)이 얇고 약해져서 파손되기 쉽다. 따라서 종패를 단련시켜 성장을 억제하고, 저항력을 강하게 하여 폐사율을 낮추고 빠르게 성장하는 종묘를 만들어야 한다.

 

 단련상 설치에 적합한 장소는 양지바르고 따뜻한 곳이며, 지반변동이나 해적 생물이 없어야 한다. 또한 조류소통이 나쁜 곳이 좋다. 단련상은 채묘상처럼 설치하되, 5~6시간 노출되는 고수위를 선택한다.

ㄴ. 양성법

  1. 지시식(地式)
     바다양식 또는 살포식이라 불리는 이 방법은 우리나라에서 오래전부터 사용된 전통적인 방식이다. 해저가 단단한 모래나 자갈로 된 곳에서 좋으며, 뻘이 묽은 곳은 사전에 패각이나 돌을 넣어 양식밭을 만들어야 한다.
  2. 투석식(投石式)
     이 방법은 사니질로 된 간석지에서 사용된다. 15kg 이상의 큰 돌을 사방 2척 간격으로 배치하여 굴이 붙도록 하고, 그 자리에 계속 두어 크도록 방치한다. 돌은 클수록 좋고, 갯돌보다는 산석이나 이갈석이 더 적합하다.
  3. 건홍식(建令式)
     나뭇가지식 또는 송지식이라고도 하며, 질긴 해송지(해송 가지)를 4~5시간 노출되는 간석지에 꽂아 채묘하고, 종패를 채집하여 0~3시간 노출되는 곳에 뿌려 양성하는 방법이다. 송지를 0~3시간 노출선에 꽂아 채묘와 양성을 동시에 할 수도 있다.
  4. 수하식 양식
     수하식 굴양식법은 일본에서 개발된 방법으로 가장 진보된 양식법이다. 이 방법은 수면을 입체적으로 활용하여 굴의 종패가 항상 물속에 잠겨 있어 충분한 먹이를 얻으며, 기상변화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성장이 빠르다. 다만, 시설비가 많이 들고 수심이 깊어야 하며, 풍파가 적은 곳에 설치해야 한다. 수하식 양식에는 다음과 같은 방법이 있다.
  • 뗏목식(筏式)
     대나 장목을 사용해 뗏목을 만들고, 그 하부에 드럼통이나 발포 스티롤을 채워 뗏목이 물 위에 뜨게 한다. 그리고 굴의 치패를 붙인 공각부착기를 15~20cm 간격으로 묶어 양식하는 방법이다. 수하련의 길이는 수심에 따라 달라지며, 보통 4~9m 정도이다. 1년 생산량은 알굴 기준으로 평균 1.8ℓ이다.
  • 연승식(延繩式)
    뗏목 대신 길이 150~200m의 밧줄을 해면에 일직선으로 놓고 양끝을 닻으로 고정시킨다. 밧줄에 3~5m 간격으로 뜸을 채워 뗏목식 양식처럼 수하련을 매달아 양식하는 방법이다. 자재비가 적고, 풍파가 센 곳에서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간이수하식(간이Rack식)
    간조시 수심이 1~2m인 곳에 말목을 박아 채묘상과 같은 시설을 만들어 수하련을 걸어 양식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으로 3.3m^2(1평) 당 알굴 약 16kg 정도가 생산된다. 그 외에도 우산식(우산 모양의 시설)이나 서구각국에서 하는 지중 양식 방법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