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이 김을 이용한 역사는 오래된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 고전에는 김을 '자채(자색 해초), 해의(바다의 옷), 해태(바다의 기름)' 등으로 기록하고 있는데, 성종 12년(1481)에 편찬되어 중종 25년(1530)에 정정 증보한 『신증동국여지승람』의 토산조에는 39곳의 해태 산지가 기록되어 있고, 부분적으로는 이보다 이전의 지리서인 『경상도 지리지』(1424~25), 『세종실록지리지』(1454) 등의 토산공물조에 '해의(바다의 옷)'라는 이름이 나온다. 위의 기록은 김을 말한 것인지, 김 제품을 말한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미 500년 전부터 김을 식용으로 이용해 왔다는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오늘날 우리보다 김 양식이 앞선 일본인들도 섶을 이용한 양식법은 80년, 수평식 발을 이용한 양식법은 100년을 일본보다 먼저 시작했다고 말하고 있다.
ㄱ. 종류와 생태
마른김 [海]의 거의 대부분이 양식김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김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으나 참김 [prophyra tenera KJELLMAN]과 방사무늬김 [porphyra yezoensis UEDA]이 양식의 주종을 이룬다. 최근에는 큰참김과 큰방사무늬김 등의
신품종이 개발되어 생산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이 밖에 둥근김과 긴잎돌김 등이 한정된 지역에서 양식되고 있다.
몸은 대단히 얇은 막질(막처럼 얇은 질감)의 엽상체(잎 모양의 부분)로서 기부(기본부)에는 매우 짧은 줄기 모양의 작은 부착기를 가지고 있다. 엽상부의 모양은 일반적으로 대나무 잎 모양이지만, 생육 시기나 장소, 기간에 따라 변화가 많다. 색상이나 광택은 어장과 어기에 따른 바닷물 속 영양염의 함량에 영향을 받으며, 초기에는 검은 자주색이나 성장을 마친 후부터 황갈색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다. 김은 고정된 대상이면 무엇에나 붙으며, 꼭 다른 것에 붙어서 자란다. 김양식은 간만선간(바다의 물이 빠졌다 차았다 하는 곳)에서 간생(바닷물의 변화를 따라 자라는 것)하는 종류가 양식의 대상이 된다.
참김이나 방사무늬김의 간생수위(물속 높이)의 폭은 거의 차이가 없으나, 방사무늬김 쪽이 비교적 아래쪽을 향해 넓다. 이 두 종류는 하구 근처의 염분이 적은 지역에서 바다의 외해(바깥바다) 고염분 지역까지, 난류역(따뜻한 바닷물 지역)에서 한류역(차가운 바닷물 지역)까지 분포범위가 매우 넓다. 참김과 방사무늬김은 암수 한몸으로 자성세포(암세포)는 자갈색, 웅성세포(수세포)는 황백색이라 육안으로도 구별할 수 있다. 자성세포에서는 과포자(여러 자갈 같은 알)를, 웅성세포에서는 정자(수정에 필요한 세포)를 만든다. 정자는 바닷물 속에 유출되었다가 과포자에 접착하여 수정된다. 과포자나 정자를 방출하기 시작하면 모체는 점차 성장이 쇠퇴하여 떨어진다. 따라서 김의 생육 기간은 5~6개월이나 개체의 수명은 불과 2~3개월이다.
모체에서 방출된 과포자는 곧 발아하여 조개껍데기 등 석회질 속으로 파고 들어가 굵기 2~3m의 곰팡이 균사와 같은 사상의 분기체가 되어 여름을 보낸다. 이런 사상체는 가을이 되면 흙 모양으로 부풀어오른 알통을 많이 가지게 되는데, 이것이 포자낭이다. 이 포자낭에는 많은 포자가 만들어지며, 이 포자를 각포자(단포자 또는 중성포자라고도 한다)라고 한다. 각포자가 다른 것에 붙어 발아한 것이 우리가 먹는 엽상체의 김이다. 또 엽상체의 김은 어렸을 때 선단부(끝부분)의 세포가 포자가 되어 떨어져 나가 발아하여 다른 엽상체의 김이 되는데, 이런 포자도 단포자(중성포자)라고 한다. 참김은 보통 약 1㎜로 자랄 때까지 단포자를 방출하고, 방사무늬김은 약 3수㎝ 크기가 될 때까지 단포자를 방출한다. 단포자의 방출은 가을부터 겨울까지 가장 왕성하다. 그리하여 유아 단포자를 방출하면서 생장하고, 수온이 참김은 15℃, 방사무늬김은 10℃ 이하로 내려가면 영양체가 자라며, 이후 유성(유전자 변화가 일어나는) 생식세포가 형성된다.
ㄴ. 양식방법과 어장
김양식은 잔해(바닷물의 밀물과 썰물이 교차하는 지역)의 조간대(조석에 따라 물이 차고 빠지는 지역)에 김의 착생기재(김이 붙을 수 있는 기계나 소재)인 섶이나 발을 설치하고 김을 붙여 생장을 촉진하여 생산량을 증가시키는 방법이다. 그 방법에는 대나무[竹]나 나뭇가지로 만든 섶을 꽂아서 하는 주립식 입체양식과 그물이나 발을 사용하여 하는 수평양식의 두 가지가 있는데, 오늘날에는 입체양식은 거의 볼 수 없으며 대부분의 지역에서 수평양식을 하고 있다.
김의 부착층은 일반적인 어장에서는 폭이 약 1m 정도이고, 그 중에서도 가장 김이 많이 붙고 잘 자라는 층은 약 15cm 정도에 불과하다. 이러한 층은 계절에 따라 조금씩 이동한다. 따라서 섶이식의 입체양식에서는 섶의 어느 부분이든 그와 같은 층에 해당하는 안정성은 있지만, 그 층을 벗어난 섶의 다른 부분은 양식에 방해가 될 뿐이다.
그러나 수평양식은 발 전체를 이동시켜 부착층에 맞출 수 있어 더 효율적인 생산을 할 수 있다. 수평양식에 사용되는 발의 종류는 다음과 같다.
- 떼발[뜬발]: 전라남도 완도의 어부인 정시원(鄭時元;1834~63)이 창안했다고 전해진다. 섶이식의 입체양식에서 수평양식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발로, 지네발이나 그물발의 원조라 할 수 있다. 쪽대(대나무를 잘라 만든 대)로 발을 엮어 한쪽을 수중에 박은 말목에 고정시키고, 한쪽 끝은 부동(떠 있도록)하도록 달아 두는 발이다.
- 뜬발: 김은 해적생물(유해한 바다 생물)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도 일정 시간 노출이 필요하다. 초기에는 쪽대로 발을 엮어 2열로 박은 말목 사이에 띄우고 네 가닥의 줄을 달아 말목에 묶어두는 지네발이 고안되어 사용되었으나, 지금은 그물발로 대체되었다. 그물발은 오늘날 가장 널리 쓰이는 김양식 기재로, 장방형의 그물에 지주(기둥)를 박거나 닻을 주어 수평으로 쳐 놓는다. 구조와 기능의 차이에 따라 고정식(고정된 방식), 부동식(떠 있는 방식), 부류식(흘러가게 만드는 방식)으로 구별된다. 그물은 야자줄, 종려줄, 합성섬유사 등으로 짜며, 그물의 구멍 크기는 보통 30cm, 폭은 1.21m(약 4척), 길이는 18.18m(약 10간) 정도가 일반적이다.
고정식은 지주의 소정의 높이에 그물을 고정시킨 것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식이다. 부동식은 그물에 뜸(부력을 가진 장치)을 달아 조석(조수의 변화)에 따라 떠 있도록 하고 줄로 지주에 묶어두는 방식이다. 부류식은 뜸을 단 그물이 항상 물 표면에 떠 있도록 닻으로 고정시켜 두는 방식으로, 이 방식은 노출이 전혀 없고 지주를 박을 수 없는 곳에서 사용할 수 있다.
김어장은 김이 잘 자라고 양식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어장의 생산력은 영양염(바닷물의 영양 성분)의 양과 해수의 흐름에 따라 달라지며, 지형, 수심, 바닥의 상태나 계절풍의 강도도 양식시설의 설치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연안수의 영양염은 주로 하천수가 공급하며, 충적지저(하천이 퇴적시킨 땅)까지도 발달시킬 수 있어, 모든 김양식어장은 하천수가 유입하는 내만(내측 만) 지역의 얕은 바다에 형성되고 있다.
ㄷ. 채묘
채묘법에는 천연채묘와 인공채묘의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천연채묘는 오랜 경험을 통해 종자가 잘 붙는 채묘 적지에 김발을 설치하여 자연적으로 방출되는 포자를 붙여 발아시키는 방법이고, 인공채묘는 미리 사상체(김의 초기 생명체 형태)를 배양하여 포자가 방출되기를 기다린 후, 실내 수조에서 채묘하거나 양식어장으로 옮겨 양식발과 함께 바다에 넣어 채묘하는 방법이다.
천연채묘를 위한 적절한 시기는 초가을인 9월 하순에서 10월 초순, 수온이 20℃ 전후일 때로, 야간 썰물 시간이 가장 긴 대조(조수의 차이가 큰 때)를 맞춰야 한다. 이 시기에 지네발은 3~4장, 그물발은 5~6장을 겹쳐 2~4일간 수면에 떠 있게 둔다. 채묘가 확인되면 지네발은 4시간 동안 노출시키고, 그물발은 3~3.5시간 동안 노출시키며 수평으로 고정시킨다.
ㄹ. 사상체배양(絲狀體培養)
고기상자와 같은 깊이 10~15cm의 용기에 바닷물을 채운 후, 대형의 납작한 굴껍질을 골라 깨끗이 씻어 소독한 뒤, 고기상자 바닥에 속이 위로 가도록 빈틈없이 배열한다. 용기의 면적 1평당 150g의 모조(김의 씨앗)를 갈아 죽처럼 만들어 여과된 물을 물뿌리개에 넣고, 용기 위에 고루 뿌린다. 과포자(김의 씨앗)가 싹이 나는 것은 배양해수의 비중에 따라 좌우되므로 비중은 항상 1.020 이상이 되도록 주의해야 한다. 과포자가 싹을 틔운 후, 용기에 담긴 상태로 직사광선을 받지 않는 곳에서 평면배양하거나 육상 물탱크 속에서 수하배양하면서 사상체의 발육을 관리한다. 이와 같이 배양을 진행하면 가을이 되어 수온이 21~22℃ 이하로 떨어질 무렵부터 포자가 방출되기 시작한다.
실내채묘는 탱크에 물을 채운 후, 수조 바닥에 사상체 패각(김껍질)을 깔아 포자가 방출될 때 회전할 수 있는 둥근 틀에 그물발을 감아 포자가 물속에서 회전하도록 하거나 물을 흐르게 하여 포자가 그물에 붙도록 한다. 야외채묘시는 양식발을 물에 띄워 놓고 가는 철사로 발에 접근시켜 사상체 패각을 매달거나, 물을 채운 비닐봉지에 사상체 패각과 그물발을 넣어 물에 띄워두면 포자가 붙게 된다.
ㅁ. 육성관리
김의 생육에 알맞은 층은 조석(조수의 차이), 일사량, 수온, 비중, 바람 등 기상변화에 따라 달라진다. 수평양식에서는 발을 생육에 가장 적합한 층에 맞추어 주어 생장을 촉진하게 된다. 따라서 발의 설치 위치(높이)는 육성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김의 수량과 간출시간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하루에 2~4시간의 간출이 필요하며, 4시간 이상의 썰물은 오히려 수량을 줄이는 결과를 가져온다. 고정식 발의 관리에서는 초기 채묘기(10월)에 발아체의 생장 속도가 가장 빠르며, 잡조의 착생이 적은 수위(10월 초의 2~4시간 노출선)를 기준으로 고정시킨 후, 그 이후의 위치는 환경 변화와 김의 생육 상태에 맞추어 조정해야 한다. 부동식 발 역시 원칙적으로 고정식과 차이가 없으며, 설치 후에는 끈을 길게 하거나 짧게 하여 조석의 계절적 변화에 맞추어 조절한다.
ㅂ. 채취와 제조법
9월 하순에서 10월 상순에 설치한 양식발의 김은 약 50일 후에 채취할 크기로 자란다. 채취는 간조(썰물이 바다에서 물이 빠지는 시간) 때 손으로 뜯지만, 최근에는 진공소제기와 같은 채취기가 보급되어 사용되고 있다. 채취할 때는 생육이 좋은 큰 것만 뜯고, 작은 것은 더 자라도록 키운 후 채취한다. 뜯은 김은 잘 씻어서 물기를 짠 후, 절단기로 가늘게 잘라 일정량의 물(담수)에 잘게 자른 김을 풀어 현탁액을 만든다. 그 다음 갈대나 띠로 미리 만든 발장을 깔고, 그 위에 4각형 틀을 놓는다. 그런 다음 세단 김의 현탁액을 일정량 떠서 4각틀 속의 발장 위에 고르게 붓는다. 이때 물은 발장 틈으로 빠져나가고, 잘게 썬 김만 발장에 남게 된다. 이것을 말리면 김이 서로 붙어서 종이 모양으로 마른다. 이 상태에서 떼어낸 것이 한 장의 마른 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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