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속 문화

한국의 전통&민속 배

solid-info 2025. 4. 8. 16:48

한국의 전통/민속 배

 

① 배의 역사

 배는 한자로는 배 선(船), 큰 배 박(舶), 작은 배 정(艇) 등으로 나타내는데, '선'과 '박'은 큰 배[ship]를, '주'와 '정'은 작은 배[boat]를 뜻하며, 영어에서는 이들을 모두 포함하는 ‘배’라는 총칭어로 'vessel'이라 한다.

 

 태고 시대의 원시인들은 들과 산을 헤매다가 강이나 호수, 바다와 마주쳤을 때, 이를 어떻게 건널 것인가를 두고 깊이 고민했을 것이다. 밑바닥을 걸어 건널 것인가, 헤엄쳐 갈 것인가, 아니면 수십 리, 수백 리를 돌아갈 것인가 하고. 그렇게 해서 물에 잘 뜨는 통나무를 사용했을 것이며, 통나무보다 안정적인 뗏목을, 뗏목보다 빠르고 잘 뜨는 통나무배[통나무의 속을 파낸 것]를, 통나무배보다는 물건을 더 많이 실을 수 있고 안전한 구조의 나무배로 발전해 왔을 것이다.

 

 이처럼 오늘날의 배는 사람이나 물건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실어 나르는 필수 구조물로서, 높은 뜨는 성질(부양성)과 물건을 실을 수 있는 능력(적재성), 움직이는 성질(이동성)을 갖추게 되었다. 그래서 인류의 조상들은 다양한 배들을 만들어냈다. 예를 들어 문명화되지 않은 지역의 원주민들이 사용하는 카누(canoe), 이집트의 파피루스로 만든 배, 중동 지방의 갈대로 만든 배, 동남아시아의 대나무 배, 열대 아메리카의 벌사(balsa) 나무배, 에스키모의 가죽배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배들은 물에 뜨고 움직이는 데는 뛰어났지만, 쉽게 망가지고 물건을 많이 실을 수 없어 크게 발전하지는 못했다.

 

 인류가 배의 힘을 충분히 이용하여 현대 문명의 기틀을 다지게 된 것은, 뼈대를 세우고 나무 판자를 붙여 만든 구조식 나무배를 사용하게 되면서부터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배의 발전은 문명 발전의 기준이라 할 수 있는데, 기원전 3000년경 이집트에서는 이미 20개가 넘는 노와 큰 돛을 단 구조선을 이용했다고 하며, 페니키아, 그리스, 로마 등지에서도 기원전부터 큰 배를 만들어 무역과 전쟁에 사용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배는 일찍부터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 건국 신화에 등장하는 스사노오노미코토(일본 천조대신의 남동생)는 고향이 신라의 ‘소시모리(梨)’라고 기록되어 있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그는 헤엄쳐 일본으로 가지는 않았을 것이고, 작은 배로도 갈 수 없었을 것이다. 그는 또 일본 땅을 가리켜 “이 땅은 우리 한인이 살아야 할 섬으로, 금과 은이 있으므로 내 자손에게 다스리게 하려 하나, 배가 없어 불편하다”고 하며, 수염을 뽑아 흩뿌리니 삼나무가 되었고, 가슴 털을 뽑으니 회나무가 되었으며, 항문 털을 뽑으니 피나무가 되었고, 겨드랑이 털을 뽑으니 녹나무가 되었기에 삼나무와 녹나무로 배를 만들었다고 되어 있다.

 

 이런 전설은 접어두더라도, 일본 응신왕 31년(서기 300년)에 일본 곳곳에서 500척의 공사 배들이 무고항에 모여 있었는데, 마침 신라 바닷가의 시설에서 갑자기 불이 나 많은 배들이 불탔기에 일본 왕이 신라인들을 책망했고, 이 말을 들은 신라 왕은 우수한 배 만드는 기술자들을 일본에 보내 배를 만들게 하였으며, 이들이 일본에 정착해 이나베씨의 시조가 되었다고 한다.

 

 그 밖에도, 한강 유역을 점령하고 대방 지방[오늘날 평안남도와 함경남도 지역]에서 일본 수군과 싸워 대승을 거둔 고구려 광개토왕의 해군 활동, 통일신라 말에 당나라와 일본을 오가며 무역을 하던 장보고의 해상 활동, 고려 태조 왕건이 사용한 군함은 배 위에서 말을 탈 수 있을 정도로 튼튼하고 컸다는 점, 원나라와의 연합군이 일본을 두 번째로 정벌할 때 고려의 배가 매우 견고했다는 점 등은 고대 한국의 배 만드는 기술이 뛰어났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성종 16년(1485년)에 편찬된 『경국대전』에 따르면,

  • 바다에서 쓰는 큰 배는 길이 42척(약 12.7m), 너비 18척 9촌(약 5.7m) 이상
  • 강에서 쓰는 큰 배는 길이 50척(약 15.1m), 너비 10척 3촌(약 3.1m) 이상

으로 정하고 있으며, 전장이 30미터가 넘었다고 알려진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은 한국 선박사에 길이 남을 업적이라 하겠다.

 

 이처럼 나무로 만든 배는 인류의 문화사에 큰 공헌을 해 오다가 결국 쇠로 만든 배로 바뀌었고, 최근에는 콘크리트로 만든 배나 플라스틱 배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특히 강철로 만든 배는 수십만 톤의 대형 배로 발전하며 해운 산업의 중심이 되었다.

 

 배는 사람의 생명과 소중한 물건을 싣고 위험한 바다 위를 달리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조건은 ‘안전’이다. 안전이라는 말은 여러 의미가 있으나, 쉽게 뒤집히거나 부서지지 않는 것을 말한다. 또 너무 무겁고 둔해서 움직일 수 없을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 큰 바다를 가볍고 자유롭게 항해하면서도 오래 버틸 수 있는 배가 바람직하다. 이러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 배의 모양, 재료, 동력이 계속 발전해 온 것이다.

 

 아르키메데스의 원리를 알지 못했던 옛사람들은 쇠로 만든 배나 돌가루로 만든 콘크리트 배가 물에 뜬다는 것을 상상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설령 그런 배를 만들었다 해도, 지금처럼 동력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움직일 수 없었을 것이다. 배가 커지면서는 더더욱 그러했다. 옛날에는 군함조차 노와 돛을 사용하는 범선이었으며, 나무 자체가 그리 튼튼하지 않아서 오늘날과 같은 대형 배는 만들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목조선은 500톤 정도가 한계였다고 한다.

 

 1765년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한 뒤, 1807년에는 로버트 풀턴이 처음으로 배에 증기기관을 장착하고 외바퀴 추진 장치를 사용했으며, 최초의 철선은 1822년 영국에서 건조된 프랑스 배 ‘아론 맨비호(Aaron Manby)’라고 한다. 이때부터 배는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예가 1858년 영국에서 건조된 ‘그레이트 이스턴(Great Eastern)’ 호라는 철선으로, 외바퀴와 나선형 추진기[스크루 프로펠러]를 이용한 증기 범선이었다. 이 배는 전장이 692피트(약 211m), 여객 정원 4,000명, 승무원 400명, 최대 속력 15노트, 총톤수 18,915톤이었으며, 여섯 개의 돛대와 두 기의 증기기관이 장착된 당대의 초대형 선박이었다고 한다.

 이처럼 거의 같은 시기에 배의 동력이 기계화되면서 선체가 쇠로 바뀌었고, 쇠로 만들게 되면서 크기도 점점 커졌다. 오늘날 쇠로 만든 배는 모두 강철선이다.

 


② 배의 분류

 위에서 말한 배의 종류는 배를 만드는 데 쓰는 재료에 따라 나눈 이름들이고, 사용되는 목적에 따라 배를 크게 나누면 다음과 같다.


ㄱ. 군함(군사용 배)

 군사용 배는 전쟁이나 군사 목적을 위해 만든 배로서, 전함(전투에 쓰이는 큰 배), 순양함(속도가 빠르고 무장을 갖춘 배), 구축함(빠르고 기동성이 뛰어난 배), 포함(작은 군함), 항공모함(비행기를 실어 나를 수 있는 배), 잠수함(물속을 잠행하는 배), 공작함(군수 지원을 위한 배), 그 밖의 여러 가지 군사용 배들이 있다.

 

ㄴ. 일반선

 일반 배에는 상선(물건을 나르는 배), 여객선(사람을 나르는 배), 일반 화물선, 컨테이너선(컨테이너를 싣는 배), 산 것 또는 액체 화물을 나르는 배, 특수한 물건을 나르는 배, 광석을 나르는 배, 기름을 나르는 유조선, 가스를 나르는 가스운반선 등이 포함된다.


ㄷ. 어선(물고기잡이 배)

 물고기잡이 배에는 고래잡이 배, 저인망을 끄는 트롤선, 기계로 끄는 저인망 어선, 그물로 고기를 가둬 잡는 건착망 어선, 고정된 그물로 잡는 안강망 어선, 긴 줄에 미끼를 달아 잡는 유자망 어선, 여러 개의 낚싯줄을 드리우는 연승 어선, 두 배가 짝을 이루어 고기잡이를 하는 2본조 어선, 그 밖에 고기를 옮기거나 보관하는 여러 모선과 공선, 물고기를 실어 나르는 배(산 물고기용, 죽은 물고기용), 고기잡이를 조사하거나 시험하는 배, 어업을 훈련하는 연습선 등이 있다.


ㄹ. 특수선

 특별한 목적의 배에는 병원선(의료용 배), 바닷속 전선을 설치하는 배, 바다에서 사고가 났을 때 구조하는 배, 바다의 상태를 관측하는 배, 화재를 끄는 소방선, 등대를 관리하는 등대선, 큰 배를 안내하는 도선, 배를 끄는 예인선, 바다를 돌아다니며 점검하는 순시선, 얼음을 깨고 나아가는 쇄빙선, 여러 작업을 위한 공작선, 바닥을 파내는 준설선, 무거운 것을 들어올리는 기중기선, 바지선(자체 추진력이 없는 배), 요트, 모터보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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