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속 문화

다양한 전통 사냥법 (개 사냥)

solid-info 2025. 4. 11. 14:24

다양한 전통 사냥법 (개 사냥)

 

 

 개를 사냥터에 데리고 가는 이유는 숨어 있는 짐승을 찾아내고, 달아나는 짐승을 쫓으며, 때로는 짐승과 맞서 싸우게 하여 사냥감을 잡기 위해서이다. 그래서 개를 이용한 사냥은 우리나라의 경우 총과 함께 외국의 사냥개가 들어오면서부터 많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사냥에 쓰인 우리 고유의 개로는 북한의 개마고원 근처 풍산에서 나는 크고 사나운 풍산개, 거제도나 제주도 같은 섬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중간 크기의 토종개, 그리고 작고 민첩한 진도개 등이 있다.

 

 풍산개는 몸집이 클 뿐 아니라 성격이 사나워서 무서운 짐승을 잡는 데 알맞고, 특히 추운 겨울에도 추위를 잘 견디는 특징이 있다. 털은 하얗고 길며, 눈과 코, 발톱은 모두 검은색이다. 이 개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국가가 지정한 보호종으로 특별한 보호를 받아 왔지만, 지금은 거의 사라질 정도로 숫자가 줄어들었다.

 

 중형 토종개는 어깨까지 높이가 한 자 여덟 치쯤 되며, 털은 검은빛이나 회색을 띤다. 특히 달리기가 매우 빨라서 멧돼지, 노루, 오소리, 여우, 너구리, 담비 등을 잡는 데 많이 이용되었다. 이 개는 제주도, 거제도 같은 섬에서 주로 길러졌으나 지금은 거의 사라졌다. 예전부터 육지로 많이 데려가면서, 그 자리를 채우려고 현지 사람들은 여러 품종의 개를 섞어 기르게 되었고, 그 결과 순수한 혈통을 유지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특히 제주도에서는 무장한 도둑들에 의해 여러 해 동안 마구 잡혀가면서 멸종 속도가 더 빨라졌다.

 

 진도개는 어깨 높이가 한 자 세 치 정도로 몸집이 작으며, 털은 누런 갈색이고 발에는 가운데 발가락 사이에 발톱이 하나 있다. 꼬리는 짧고 왼쪽으로 동그랗게 말려 있으며, 귀는 거의 정삼각형 모양으로 매우 짧다. 이 개는 냄새를 잘 맡고, 작지만 성격이 매우 사나워서 너구리, 오소리, 토끼, 노루 등을 잘 잡는다. 이 개의 우수함을 높게 본 일본은 일찍이 보호종으로 지정하고 함부로 육지로 반출하지 못하게 했으며, 우리 정부도 1962년에 천연기념물 제53호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개를 사냥에 쓸 때는, 개가 직접 짐승을 물어 잡게 하거나, 총을 쓸 때처럼 숨어 있는 짐승을 찾아내 사냥꾼이 알아볼 수 있게 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주로 굴 속에 숨어 있는 짐승을 개가 물어내는 방식이다.

 

 너구리나 오소리는 굴 속에서 지내는데, 사냥개는 이들의 발자국에서 나는 냄새를 따라가 굴을 찾아내고, 그 속으로 들어가 싸우면서 이들을 끌어낸다. 이럴 때는 여러 마리의 개가 교대로 굴 속에 들어갔다 나오며 싸움을 계속하는데, 처음으로 들어가는 개는 이러한 사냥 경험이 있어야 한다. 특히 오소리는 이빨과 발톱이 매우 날카로워서 개가 눈을 다치기도 하고, 덩치가 큰 개는 굴 속에서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해 죽기도 한다.

 

 이 밖에 발이 빠른 개가 토끼 같은 동물을 쫓아가서 직접 잡기도 한다. 개가 이런 사냥을 잘하게 하려면 주인이 약 6개월 정도 함께 산에 다니며 도망치는 짐승을 쫓아가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사냥은 주로 농촌에서 겨울철에 가끔씩 하는 것이고, 진짜 사냥개다운 능력은 총을 쏘는 사냥에서 더욱 잘 드러난다. 총을 쓰는 사냥에서 개의 역할은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꿩 같은 새를 잡을 때처럼, 날짐승이 숨은 곳을 개가 냄새로 알아내고, 짐승이 눈치채지 않도록 조용히 다가가서 지켜보는 역할이다. 개가 이렇게 접근하는 모습을 보고 사냥꾼은 총을 쏠 준비를 한 뒤 개에게 신호를 보낸다. 그러면 개는 갑자기 뛰어들어 날짐승이 날아오르게 하고, 그 틈에 사냥꾼이 총을 쏜다. 사냥감이 총에 맞아 떨어지면 개가 달려가서 그것을 물고 와 사냥꾼에게 가져다준다.

 

 둘째는 무서운 짐승이 숨어 있는 곳을 개가 냄새로 알아내 짖기 시작하면, 사냥꾼은 그 소리를 듣고 짐승이 어디 있는지, 어디로 도망칠지를 짐작하게 된다. 그러면 사냥꾼은 미리 그 길목에 가서 기다리다 짐승이 나오면 총을 쏘게 된다. 이후 개는 도망친 짐승을 예리한 후각으로 몇 날 며칠이고 끝까지 쫓아가게 하여 결국 사냥꾼이 짐승을 잡게 한다. 이러한 일은 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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