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식육(食肉)의 풍
『삼국지』 동쪽 나라들에 대한 기록 중 부여에 관한 부분을 보면,
“전쟁이 있을 때는 하늘에 제사를 지내며 소를 잡고, 그 발굽을 보아 벌어졌으면 나쁜 징조, 붙어 있으면 좋은 징조로 여긴다.”
고 하였다.
또 백제에 대해서는
“소와 말을 탈 줄은 모르고, 모두 무덤에 함께 묻기 위해 기른다.”
고 하여, 소와 말을 주로 제물로 쓰기 위해 길렀음을 알 수 있다.
이런 풍습은 기원전 3세기쯤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진 스키타이 문화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이며, 제사를 지낸 뒤 고기는 사람들이 나눠 먹었을 가능성이 크므로, 고기를 먹는 풍습은 이미 이 시기에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삼국지』는 중국 진나라의 진수가 서기 3세기쯤 편찬한 책이다. 우리나라에 대한 기록뿐 아니라 중국 기록에서도 우리 민족이 언제부터 고기를 먹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나와 있지 않지만, 『일본서기』에 나오는 가락국 왕자 아라사가 일본으로 건너간 이야기에 쇠고기를 먹었다는 내용이 처음 등장한다. 그러나 이 이야기에 나오는 수인천황은 고구려의 동명성왕이 나라를 세운 지 8년 뒤 인물로 되어 있고, 실제로 일본에서 소를 기르기 시작한 시기는 그보다 300~600년 뒤로 추정되기 때문에, 이 기록을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어쨌든 우리 민족이 고기를 먹는 풍습은 여러 제약으로 널리 퍼지지는 못했지만, 하늘에 제사를 드릴 때 제물로 바치는 풍습 속에서 시작되어, 주로 높은 계층을 중심으로 식용 방식이 다양하게 발전해 나간 것으로 보인다.
2. 우유 식용(飮用)의 습속
우리나라에서 우유를 마셨다는 아주 옛 기록은 없다. 필자가 알고 있는 가장 오래된 기록은 조선 세종 때 병조에서
“젖소를 기르는 유우소는 원래 임금에게 바칠 우유를 얻기 위해 만든 곳인데, 지금은 이름만 있고 실제로는 아무것도 없으니 없애고, 젖소는 상왕과 임금께 올릴 용도로 각각 인수부와 예빈시에서 맡아 기르게 하자.”
고 한 것이다. 여기서 처음으로 우유를 얻기 위한 목장인 유우소가 있었고, 우유를 마셨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우유를 마시는 습관은 그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일본 기록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효덕천황 때 중국에서 건너간 화약사주라는 사람이 우유를 바쳤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를 보면 삼국시대에 우리나라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사람들에 의해 이미 우유를 마시는 습관이 전해졌을 수 있다. 화약사주는 삼국시대에 중국에서 신라(또는 백제)로 와서 살다가 다시 일본으로 건너간 지총이라는 인물의 손자(또는 아들이라는 설도 있음) 선나의 벼슬 이름이다.
이 기록이 사실이라면, 지총뿐만 아니라 삼국시대에 활발히 오가던 승려들에 의해 중국의 우유나 유제품을 활용하는 방법이 전해졌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다. 불교에서는 소고기를 먹지 않지만 우유는 마시므로, 불교가 전해지면서 함께 우유를 마시는 문화도 전해졌을 가능성이 있다. 또한 고려시대에는 유제품을 많이 먹는 몽골과의 교류가 많았기 때문에, 불교의 영향이 아니더라도 그런 문화가 몽골을 통해 들어오고 더 발전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편 말의 젖을 마시는 풍습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없지만, 고구려 부루왕의 이야기와 같은 아주 옛 설화에서도 이미 가축을 기르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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