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속 문화

활쏘기

solid-info 2025. 4. 27. 14:37

활쏘기

 

 우리나라의 활쏘기는 그 역사가 아주 오래되었다. 이미 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무사가 탄력이 좋은 활을 들고 산짐승을 사냥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고구려의 「온달전」에도 공주가 남편 온달을 위해 말을 사서 길러 명마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고구려 사람들은 3월 3일이 되면 악낭 언덕에 모여 사냥 대회를 열어, 짐승을 많이 잡은 사람에게 상을 주고 여러 사람 앞에서 그의 용맹을 칭찬하였다. 이런 행사는 무사를 키우고 무술을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후주의 무제가 쳐들어와 요동을 공격했을 때, 온달이 배산에서 군사를 이끌고 나가 큰 승리를 거두어 용맹을 떨쳤다. 고구려의 무사들은 특히 활쏘기에 능했는데, 이는 평소에 말 타기와 활쏘기 연습을 꾸준히 했기 때문이다.

 

 고려 시대에 들어와서는 여진족이 세력을 키워 나라를 세우고 자주 국경을 위협하자, 고려에서도 무사들을 길러 이를 막고자 힘썼다. 고려의 무사들도 활쏘기 실력을 갈고닦는 데 온 힘을 쏟았다. 이후 국경이 잠잠해지자 고려는 점차 문치에만 힘쓰고 무신을 소홀히 여기게 되어, 결국 무신들이 일으킨 쿠데타로 무신정권 시대가 열리기도 했다. 고려 말에 이르러 왜구의 침입이 잦아지면서, 당시에는 '왜구를 물리치는 장수가 나라를 다스리게 될 것'이라는 말이 돌 정도였다. 이성계는 뛰어난 명궁으로 이름을 떨쳤으며, 지리산에 출몰한 왜구를 크게 물리치고 명성을 쌓다가 마침내 조선 왕조를 세우게 된다. 무예로 나라를 세운 이성계였던 만큼 무예를 높이 평가했으며, 그가 활쏘기에서 보여준 뛰어난 솜씨에 얽힌 일화들도 아주 많다. 『용비어천가』에는 이성계를 '나는 새를 떨어뜨리는 명궁'이라 칭송하고 있다. 어린 시절에는 정안공주 김씨의 담장 위에 앉아 있던 까마귀 다섯 마리를 공주가 쏘아보라 하자, 어린 이성계가 모두 명중시켜 떨어뜨렸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이성계의 후손들도 활쏘기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세종은 학문과 정치를 장려하는 데 힘썼지만, 활쏘기를 비롯한 무예도 적극 장려하여 대마도 정벌 같은 무공에서도 뛰어난 업적을 남겼다. 세조는 무예에 깊은 관심을 가져 종종 궁궐 뒤뜰에서 공신들과 연회를 열며 활쏘기 놀이를 벌였다. 여기서 활쏘기 놀이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일종의 훈련과 교양 행사였다. 무사들에게는 나무로 만든 과녁을 세워두고, 백보 거리에서 화살을 쏘아 정확히 맞히게 했다. 왕과 대신들이 이를 관람했으며, 많은 화살을 명중시킨 무사에게 왕이 칭찬과 함께 후한 상을 내렸다. 신하들은 이를 축하하는 시를 지어 왕에게 바치기도 했다. 그러고 나서 왕은 손수 글을 써서 무사에게 보내기도 했다.

 

 그 글에는 "내 어린 시절에는 기운이 크고 마음이 굳세어 재능으로 평생을 살아가려 했으나, 지금은 부인들의 손에 기대어 살지 않으면 안 되니, 이는 바른 길이 아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활쏘기와 무예를 통한 기세만 자랑할 것이 아니라, 나라를 다스리는 올바른 길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뜻을 강조한 것이다.

 

 세조는 왕위에 오른 뒤 가까운 종친들을 사랑하여 시간이 나면 궁궐로 불러 친목을 도모했다. 경복궁 안의 사정전, 충순당, 화위당, 서수정 등에서 자주 모였고, 겨울철에는 비현각, 강녕전, 자미당, 양심당 등에서도 모임을 가졌다. 이때 자주 모였던 사람들은 영순군, 귀성군, 하성위 정현조, 모군 등 네 명으로, 모두 왕의 가까운 친척이었다. 이들은 '4종'이라 불렸다. 이 밖에도 신종군 효백, 거평정 복, 진례정 형, 김산정 연, 율원부정 종, 제천부정 온, 곡성정 김손 등 일곱 명도 왕의 친척으로, 왕의 총애를 받았다. 이들은 왕이 부르면 궁궐에 모여 활쏘기를 하거나 무예를 겨루었다. 왕은 이들에게 활쏘기를 잘하는 종친들이라는 뜻으로 '사종(射宗)'이라는 별명을 직접 지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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