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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쏘기 2

정조 14년(1790년)에 작성된 수어청(성 안을 지키는 부서)의 활쏘기 대회 기록을 보면, 무사들이 활쏘기는 하지 않고 모여 앉아 떠들면서 시간을 보내기만 한다고 왕이 한탄하고 있다. 왕은 또, 각 군부대에서 활쏘기 대회를 연다고는 하지만 말뿐이라며 안타까워하였다. 이 기록을 보면, 당시 무사들조차 활과 화살을 내버려 두고 무기력에 빠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원래 군부대에서는 활쏘기 대회를 통해 군사들의 사기를 북돋우도록 되어 있었다. 이 활쏘기 규정에서도 각 부대 지휘관들이 활쏘기를 잘하도록 하였는데, 군사들은 한 달에 두 번 활쏘기 연습을 해야 했다. 한 번은 작은 천 조각을 겨냥해 쏘고, 다음 번에는 과녁을 겨냥해 쏘게 하였다. 과녁을 쏠 때는 ‘버들잎 화살’이라고 불리는 정식 화살을 사용하도록..

활쏘기

우리나라의 활쏘기는 그 역사가 아주 오래되었다. 이미 고구려 고분 벽화에도 무사가 탄력이 좋은 활을 들고 산짐승을 사냥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다. 고구려의 「온달전」에도 공주가 남편 온달을 위해 말을 사서 길러 명마로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고구려 사람들은 3월 3일이 되면 악낭 언덕에 모여 사냥 대회를 열어, 짐승을 많이 잡은 사람에게 상을 주고 여러 사람 앞에서 그의 용맹을 칭찬하였다. 이런 행사는 무사를 키우고 무술을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후주의 무제가 쳐들어와 요동을 공격했을 때, 온달이 배산에서 군사를 이끌고 나가 큰 승리를 거두어 용맹을 떨쳤다. 고구려의 무사들은 특히 활쏘기에 능했는데, 이는 평소에 말 타기와 활쏘기 연습을 꾸준히 했기 때문이다. 고려 시대에 들어와서는 여진족이..

투호(投壺)

옛날 예절에 속하는 행사 가운데 하나로, 주인과 손님이 잔치를 벌여 술을 마신 뒤에 서로 재능과 기예를 뽐내는 놀이를 투호라 한다. 이 놀이는 중국 한나라 때부터 이미 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일정한 거리를 두고 화살을 병 속에 던져 넣는 놀이로, 정해진 예절에 따라 진행한다. 주인이 먼저 투호에 필요한 기구를 들고 나오면, 시중을 드는 사람이 화살을 넣을 병과 중이라는 계산기구를 가지고 나온다. 주인은 투호에 필요한 기구를 모두 준비한 뒤 "화살과 병으로 손님을 즐겁게 하고자 하오니 함께 즐기십시다"라고 권한다. 이에 손님은 좋은 술과 안주를 이미 대접받았기 때문에 사양하는 척하며 겸손한 태도를 보인다. 그러나 주인이 거듭 권하면 손님은 마침내 자리에 올라 살을 던지기 시작하며, 여러 가지 절차에 맞추..

화투(花鬪)

화투는 우리나라 고유의 도박이 아니라 19세기쯤 일본에서 들어온 노름이다. 화투를 처음 누가 우리나라에 전한 것인지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일본 대마도 상인들이 장사를 위해 우리나라를 오가면서 퍼뜨린 것이 아닌가 추측된다. 화투는 모두 48장으로 되어 있으며, 한 달을 상징하는 카드가 4장씩 12달을 나타낸다. 화투가 우리나라에 들어온 뒤 빠르게 퍼져 널리 유행하게 되었는데, 1월은 송학(학이 그려진 그림), 2월은 매화와 새, 3월은 일본의 국화인 벚꽃(사쿠라), 4월은 검은 싸리나무, 5월은 난초, 6월은 모란꽃, 7월은 붉은 싸리나무, 즉 등나무, 8월은 밝은 달이 떠 있는 산, 9월은 국화와 준마(힘센 말), 10월은 단풍, 11월은 오동나무, 12월은 비를 각각 상징한다. 이처럼 12달을 상..

투전(鬪刑)

투전은 도박의 한 종류로, 남을 속여서 돈을 따내는 노름을 말한다. 조선 후기에는 투전이 널리 퍼져서 손을 대는 사람이 셀 수 없이 많았다고 한다. 돈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투전판을 돌아다니며 노름에 빠져 날뛰다가 결국 집안이 망하는 일이 흔하게 일어났고, 많은 가정이 비극을 겪었다. 투전을 잘하는 사람은 결국 남을 잘 속여 판돈을 싹 쓸어 가는 사람을 뜻했다. 『경도잡지』에서는 투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투전은 종이로 만든 카드 놀이의 일종이다. 투전장에는 사람, 물고기, 새, 꿩, 별, 말, 노루, 토끼 등 여덟 가지 종류가 있으며, 각각 1에서 9까지의 숫자가 있다. 사람 장수를 황제(황)라고 하고, 물고기 장수를 용(龍), 새 장수를 봉황(鳳), 꿩 장수를 매(鷹), 별 장수를 극..

쌍육(雙六)

쌍육은 놀이의 한 종류로, 박희(즐겁게 노는 놀이)의 하나이며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다. 『오잡저(다섯 꿩 누이 이야기)』에 따르면, 원래는 호희(오랑캐들의 놀이)라고 했다. 옛날에 호주의 동생이 죄를 지어 죽을 위기에 처했다. 이때 그 동생은 감옥에 갇혀 있으면서 쌍육이라는 놀이를 만들어 호주에게 바쳤다고 전해진다. 쌍육은 말판 위에 돌이 하나만 남게 되면 지게 되고, 돌이 두 개 이상으로 늘어나야 다시 살아날 수 있는데, 이를 본 호주가 감동하여 동생의 목숨을 살려 주었다고 한다. 쌍육에서는 돌이 하나뿐이면 상대의 공격을 받아 지게 되고, 돌이 둘이 되면 '쌍육'이라 하여 이기게 된다. 놀이를 시작할 때는 쌍육판 위에 검은 돌과 흰 돌을 각각 12개씩 놓고, 2개의 주사위를 대나무로 만든 통에 넣어 ..

민속 놀이 : 타구악(打球樂)

포구악(抛毬樂), 또는 타구악이라고도 불리는 이 악은 타구를 모방하여 음악에 맞춰 놀이를 진행하는 특징이 있다. 타구는 그 형식이 여러 가지로 이루어져 있어 제대로 행하기 어려운 점이 있었다. 고려의 타구악에 대한 기록은 『고려사』 악지(樂志)에 등장하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문종 27년 11월 신해일(辛亥日) 팔관회를 열 때, 왕은 신봉루(神鳳樓)에 나가 음악을 감상하였다. 교방(坊)의 여제자 초영(楚)이 처음으로 포구락(抛毬)과 구장기(九張機)를 별기(別伎)로 전했다. 이 때 포구락(抛毬樂)에는 제자 13명, 구장기(張)에는 제자 10명이 각각 선정되었다.” 이 시기는 송나라에서 대성악(大晟樂)을 고려로 보내던 때로, 송나라의 새로운 대성악과 함께 포구악이 전해졌다고 한다. 당시 송나라에서..

민속 놀이 : 격구

격구는 공을 치는 유희의 일종으로, 일명 '타구(毬)'라고도 불린다. 이 놀이는 당나라 시대에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서역이나 티벳에서 유입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도 있다. 물론, 당나라 이전인 한나라 때에도 이미 중국 변방의 국가들에서 공을 치며 놀았다는 기록이 존재한다. 대체로 귀족들이 여가 시간에 즐겼던 유희였던 것으로 보인다. 당 현종은 말을 타고 격구를 즐기며 돌아다녔다고 전해진다. 당나라에서 유행한 격구는 고구려, 백제, 신라 등 가까운 이웃 나라로 전파되어 성행했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기록은 없다. 그러나 당나라 초기부터 격구를 구경했다는 시가 많이 전해져 온다. 당에서 유행하던 타구는 이웃나라로 전파되었고, 특히 송나라 시기에 더욱 성행했다. 귀족들의..

연적과 책상

1. 연적 연적은 문방구 중에서 중요한 지위를 차지한다. 서재에서 글을 쓸 때, 먹을 갈기 위해서는 반드시 연적이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이 연적은 대개 질그릇으로 만들어지며, 특히 고려청자로 모양이 아름답게 제작된 연적을 책상 위에 올려 놓으면 서재의 분위기를 한층 고급스럽게 만든다. 『연보(硯譜)』 1권에서는 저자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벼루를 만드는 좋은 돌에 대해 많이 언급하고 있으며, 또한 고사에 대한 기록도 있다. 원래 벼루에 들어 있는 먹은 마르지 않도록 잘 보관해야 하며, 좋은 돌로 만든 벼루일수록 그 먹이 잘 날아가지 않고 오래 남아 있다. 고려청자로 만든 연적은 매우 귀중한 보물로 취급되며, 대가집 서재에는 반드시 놓여져 있는 품목이다. 좋은 연적일수록 물이 잘 마르지 않고 오랫동안 사..

먹과 제지

1. 먹(墨) 먹은 매연으로 만든다. 먼저 소나무를 태운 그을음을 모아 응고시킨 다음, 동유나 청유와 섞어 뭉쳐서 만든다. 기름은 아주 적은 양만 들어가고 대부분이 송연이다. 대개 동유나 청유는 1할 정도, 송연은 9할 정도이다. 따라서 먹은 송연 덩어리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주에서 나는 송연으로 만든 먹을 가장 우수한 것으로 쳤다. 중국에서는 명나라 때에 안휘성의 휘주에서 만드는 먹이 가장 품질이 좋다고 알려졌다. 기름을 태워 그을음을 만들 때, 기름 1근에서 그을음이 1냥 정도 나온다고 한다. 숙련된 사람은 한 사람이 200개의 등불 접시를 사용해 작업을 하면서 그을음을 낸다고 한다. 만약 그릇에서 그을음을 채취할 때 천천히 태우면 먹의 성분이 다 날아가버리기 때문에, 그을음이 날아가기 ..